
그의 이름을 불러줘라
[매거진 Esc]곽윤섭의 사진클리닉
지난여름 스코틀랜드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현대미술관 가는 길에 마주친 풍경입니다. 빛이 더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당최 날이 갤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그냥 찍었습니다. 그나마 비가 안 내려서 다행이다 안도하면서요. 이 사진 아쉬운 점이 무얼까 궁금합니다.
여미숙/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
이 사진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구성요소들의 겹침과 선의 불분명입니다. 사진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들은 각자의 존재 이유와 역할이 명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진가가 자신의 네모 안에 담았기 때문입니다.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던 대상들이 ‘셔터 누름’을 통해 사진의 네모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다면 그 순간부터 거리에서 떠도는 무엇이 아니라 사진의 내용이 되는 것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길거리의 온갖 삼라만상 우수마발에 사진가가 렌즈를 갖다 대고 프레임으로 옮기기만 한다고 의미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따로 그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비로소 하나의 인격체가 되는 것입니다. 무의미한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결국 사진가의 의도입니다. 가운데에 있는 가로등과 건물이 겹쳤습니다. 행인이 하나 등장해 자기 몫을 해보려 했지만 적합한 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가로등이나 건물의 잘못이 아닙니다. 사진가의 앵글 탓입니다. 행인이 길을 잘못 든 것이라 탓해선 안 됩니다. 보기 좋은 자리를 걸어갈 때 셔터를 눌렀어야 하는 것도 사진가의 일인데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행인 오른쪽으로 선 가로등 기둥과 건물도 붙었습니다. 무슨 이름을 불러주면 저 요소들이 대답할지 언뜻 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다음 지적사항은 선입니다. 화면의 아래쪽 절반은 거리이며 위는 하늘입니다. 아래쪽 절반 중 차도와 인도의 선은 꽤나 매력적인 요소들입니다. 특히 아래 오른쪽의 S라인은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왼쪽의 길 경계선이 불분명해서 장단이 맞질 않았습니다. 글·사진 / 곽윤섭kwak1027@hani.co.kr
이런 사진은 어때요?
국립박물관 계단에서 한 생활사진가가 견학 온 학생들의 기념사진을 찍어 주고 있습니다. 사진가, 학생들, 그리고 뒤로 보이는 우산 쓴 인물들이 겹치지 않고 따로 의미 있는 몫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는 첫째 비결은 그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입니다.
이 사진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구성요소들의 겹침과 선의 불분명입니다. 사진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들은 각자의 존재 이유와 역할이 명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진가가 자신의 네모 안에 담았기 때문입니다.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던 대상들이 ‘셔터 누름’을 통해 사진의 네모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다면 그 순간부터 거리에서 떠도는 무엇이 아니라 사진의 내용이 되는 것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길거리의 온갖 삼라만상 우수마발에 사진가가 렌즈를 갖다 대고 프레임으로 옮기기만 한다고 의미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따로 그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비로소 하나의 인격체가 되는 것입니다. 무의미한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결국 사진가의 의도입니다. 가운데에 있는 가로등과 건물이 겹쳤습니다. 행인이 하나 등장해 자기 몫을 해보려 했지만 적합한 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가로등이나 건물의 잘못이 아닙니다. 사진가의 앵글 탓입니다. 행인이 길을 잘못 든 것이라 탓해선 안 됩니다. 보기 좋은 자리를 걸어갈 때 셔터를 눌렀어야 하는 것도 사진가의 일인데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행인 오른쪽으로 선 가로등 기둥과 건물도 붙었습니다. 무슨 이름을 불러주면 저 요소들이 대답할지 언뜻 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다음 지적사항은 선입니다. 화면의 아래쪽 절반은 거리이며 위는 하늘입니다. 아래쪽 절반 중 차도와 인도의 선은 꽤나 매력적인 요소들입니다. 특히 아래 오른쪽의 S라인은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왼쪽의 길 경계선이 불분명해서 장단이 맞질 않았습니다. 글·사진 / 곽윤섭kwak1027@hani.co.kr
이런 사진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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