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또. 참치내장젓갈을 간 무 위에 올렸다.
[매거진 Esc] 호호 불며 마셔온 겨울의 친구, 와인만큼 맛과 종류가 다양한 청주의 세계
“정종으루 가져와요?”
“내 말 한마디에 죽을 눔이 살아나구, 살 눔이 죽구 허는 줄을 모르구서. 흥, 이 자식 경 좀 쳐봐라 …. 증종 따근허게 데와. 날두 산산허구 허니.”
새로이 안주가 오고, 따끈한 정종으로 술이 몇 잔 더 오락가락하고 나서였다.
(채만식 <미스터 방>)
최고급 다이긴죠, 대중적인 후추슈
1946년 갓 해방된 조국에서 이 소설을 쓰던 채만식도 겨울 탈고 뒤 입김을 불어가며 정종을 마셨을 게다. 뜨겁게 데운 정종을 잔술로 파는 전통은 6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채만식은 ‘스파클링 청주’는 맛보지 못했다. 아직도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일본 청주라고 하면 ‘히레사케’나 ‘정종’만 떠올리지만, 청주는 와인만큼 맛과 종류가 다양하다. 맛이 다른 청주를 골라 마시는 것은 비행기 타지 않고 일본을 여행할 수 있는 방법.
한국에서 청주를 뜻하는 단어인 정종은 부산 지역에서 생산됐던 일본식 청주 상품 이름이었다. 워낙 많이 팔려 청주를 가리키는 보통명사가 됐다. 따라서 청주나 사케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 사케는 ‘술(酒)’이라는 단어지만 일본식 청주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인다. 최근 오뎅바 등 일본식 주점이 크게 늘면서 청주 소비량도 함께 늘었다. 개업한 지 7년 된 청주 수입사 니혼슈코리아의 매출은 지난해를 빼고 해마다 거의 두 배씩 증가했다. 이런 매출 증가는 다른 수입사도 비슷하다고 니혼슈코리아의 양병석 사장은 밝혔다.
청주가 주는 매력은 다양함이다. 쌀과 물로만 빚지만 맛과 향의 넓은 스펙트럼은 와인을 닮았다. 와인에 ‘그랑크뤼’(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고급 와인을 가리킴)가 있듯이 청주에도 등급이 있는데, 등급은 정미율에 따라 나뉜다. 정미율은 술을 담그기전에 쌀을 얼마나 깎아냈는지를 보여준다. 다이긴조(大吟釀)는 정미율 50%로 최고급 술이다. 긴죠(吟釀)는 40%를 깎아내 정미율이 60%이다. 쌀을 많이 깎아내 순수한 알갱이를 사용할수록 맛과 향이 맑고 그윽하다. 여기에 주조 단계에서 쌀과 누룩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등급이 다시 세분화된다. 준마이슈(純米酒)는 쌀로만 빚었음을 가리킨다. 혼조조슈(本釀造酒)와 후추슈(普通酒)에는 양조알코올이 조금 들어가는데, 쌀의 품질 등에서 후추슈가 좀더 대중적인 술로 분류된다. 요컨대 술이름에 ‘준마이 다이긴조’가 붙어 있으면 최상급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한국에서 많이 팔리는 조센은 후추슈에 속한다.
청주의 다양함에는 물도 한몫한다. 지역마다 물맛이 달라서 술맛도 다르다고 일본식 주점 ‘가쓰라’의 요리사 미야니시 타후야미(34)는 설명했다. 일종의 ‘테루아르’(포도가 자라는 지역의 토양과 기후의 특성)인 셈이다. 일본 시골마다 무수한 양조장이 있고, 청주를 ‘마쓰장’(됫박처럼 사각형으로 생긴 계량도구) 단위로 파는 곳도 많다고 그는 말했다. 술이 다양한 만큼 어울리는 안주도 많다. 미야니시는 ‘아게다시 도후’와 ‘슈토’를 추천했다. 아게다시 도후는 두부를 튀겨 간장소스와 함께 낸 것이며, 슈토는 참치내장 젓갈을 간 무 위에 올려낸 것이다. 미야니시는 “청주에 짭짤한 젓갈을 곁들이는 게 정통 일본 아저씨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청주는 섭씨 5도 정도로 차게 마셔야 맛과 향을 제대로 즐긴다. 손이 델 정도로 뜨겁게 데워서 맥주잔 가득 파는 ‘정종’은 사실 일반적 방법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겨울에 청주를 데워 먹지만 체온에 가까운 40도를 넘기지 않는다. 이보다 뜨겁게 데우면 청주 특유의 향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태운 복어꼬리를 띄워 주는 히레사케는 복어꼬리의 구수한 맛 때문에 더욱 청주의 맛을 느낄 수 없다. 히레사케나 다마고사케(뜨겁게 데워 달걀을 띄워 주는 청주)에 고급 청주를 쓰지 않는 이유다. 역으로 이 때문에 ‘뜨거운 정종’은 일본이나 한국에서 모두 서민의 술로 사랑받아 왔다. 2차대전 뒤 일본에서 쌀이 귀해졌을 때 청주 원액에 양조알코올과 물을 섞어 양을 세배로 늘린 ‘3배 증량주’가 대량 생산됐고 돈 없는 서민들은 이런 3배 증량주를 뜨겁게 데워 먹었다고 양병석 사장은 설명했다.
데워 먹어도 40도를 넘기지 말아야
“고키치는 … 술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 그 술은 아마 금천대(金千代, 식민지 시대 평양에서 만든 고급 청주)라는 조선의 일급술일 것이다. 목구멍 안에서 꿀꺽꿀꺽 소리가 날 정도로 맛있었다.” 소설가 다나카 히데미쓰는 ‘취한 배’에서 자신이 경험했던 식민지 조선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렇듯 청주는 한국인에게 역사가 얽힌 사물이지만, 그냥 ‘맛있는 술’로 가볍게 즐겨도 될 것 같다. ‘고쿄 네네 핫포 준마이’ 같은 스파클링 청주는 가볍고 상큼해서 여성들이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한국에서 청주를 뜻하는 단어인 정종은 부산 지역에서 생산됐던 일본식 청주 상품 이름이었다. 워낙 많이 팔려 청주를 가리키는 보통명사가 됐다. 따라서 청주나 사케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 사케는 ‘술(酒)’이라는 단어지만 일본식 청주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인다. 최근 오뎅바 등 일본식 주점이 크게 늘면서 청주 소비량도 함께 늘었다. 개업한 지 7년 된 청주 수입사 니혼슈코리아의 매출은 지난해를 빼고 해마다 거의 두 배씩 증가했다. 이런 매출 증가는 다른 수입사도 비슷하다고 니혼슈코리아의 양병석 사장은 밝혔다.
가쓰라에서 잔에 담아 낸 청주.
가쓰라의 미야니시 타카후미 요리사(왼쪽). 아게다시 도후. 튀긴 두부에 간장 소스를 곁들였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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