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아 유 비지? 랩처럼 정신없이 비지!

등록 2007-11-08 11:44수정 2007-11-09 14:49

드렁큰 타이거의 빈자리를 메우고 윤미래와도 공연하는 힙합 가수 ‘비지’
드렁큰 타이거의 빈자리를 메우고 윤미래와도 공연하는 힙합 가수 ‘비지’
[매거진 Esc] 도대체 누구야?
드렁큰 타이거의 빈자리를 메우고 윤미래와도 공연하는 힙합 가수 ‘비지’
■ 인트로 : 힙합 가수 비지(Bizzy·박준영·27)는 예명처럼 요새 바빠졌다. 한국방송 <윤도현의 러브레터> 무대에 섰던 지난달 26일 한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6위에 올랐다. 비지는 그날 드렁큰타이거, 윤미래와 함께 무대를 바쁘게 돌아다녔다. 홍콩 무협 영화 <용호문> 음반에 참여해 한국 힙합의 ‘랩 초식’도 보여줬다. 음악감독 가와이 겐지는 지난 5월 <용호문> 한국 개봉을 앞두고 한국 힙합음악을 두루 들었다. 하고많은 랩 고수들 가운데서 가와이는 비지의 목소리를 골랐다. 비지의 랩에 드렁큰타이거가 피처링(다른 가수의 노래·연주를 돕는 것)을 했다. ‘정글타오’(정글권법이란 뜻)를 들으면 비지의 묵직한 금속성 목소리가 ‘길로틴처럼 바람을 벤다.’

■ 노래1 : 비지는 드렁큰타이거와 함께 노래한다. 포크 듀엣 ‘사이먼 앤 가펑클’은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를 발표하고 큰돈을 벌었다. 그러나 서로에게는 오랜 기간 다리가 되지 못했다. 폴 사이먼과 아트 가펑클은 절정에 있던 1972년 그룹을 해체했다.

흑인 누나들이 랩을 들려주던 어린 시절

드렁큰타이거도 원래 타이거 제이케이(서정권·33)와 디제이 샤인(임병욱·33)의 힙합 듀오였다. 그러나 디제이 샤인이 음악을 그만두고 드렁큰타이거는 타이거 제이케이를 가리키는 단수명사가 됐다. 무대에 혼자 선 타이거 제이케이는 썰렁해 보였다. 디제이 샤인의 빈자리는 컸다. 한동안 비어 있던 자리를, 비지가 채운다. 2004년 드렁큰타이거의 5집 앨범 발매 뒤부터다. 비지는 대전의 한 대학 축제 공연에서 처음 드렁큰타이거와 함께 무대에 섰다. 그 뒤 올해 윤미래 공연까지 함께 하고 있다.

■ 노래2 : 비지는 백보컬이 아니다. 한국에서 활동한 지 7년 된 래퍼다. 10여년 전부터 비트를 만들고 스크래치를 해온 디제이다. 일곱살에 혼자 이민 가 이모와 함께 살았다. 미국 워싱턴에서 랩을 들으며 자랐다. 근처에 살던 고모가 흑인과 결혼했던지라 흑인 사촌누나들이 자연스레 동부 랩을 들려줬다. 90년대 초반은 동부 힙합과 서부 힙합이 격하게 대립할 때. 음반가게 점원은 ‘조그만 동양인’이 겁도 없이 워렌지나 스눕독 같은 서부랩 음반을 집어들 때마다 겁을 줬다. 동양인 소년은 아기 보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날마다 가사를 끄적였다.


지난 7월 열린 ‘서머 빅4’ 콘서트에서 드렁큰타이거와 공연하는 비지(오른쪽) 정글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7월 열린 ‘서머 빅4’ 콘서트에서 드렁큰타이거와 공연하는 비지(오른쪽) 정글엔터테인먼트 제공
1995년 뉴질랜드에서 음악학교 야간반을 다니면서 음악은 ‘업’이 됐다. 어머니는 호텔 일을 하면 편하게 먹고살 수 있다 했다. 낮에는 호텔경영과 중국어를 공부하던 ‘모범생’은 밤에 몰래 음악학교를 다니고 클럽에서 디제이 일을 했다. 비지는 클럽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아 500달러짜리 낡은 턴테이블을 샀다. 매일 스크래칭을 하고 릴테이프를 붙여 믹싱을 하며 밤을 샜다. 한인 비디오 가게에 출시된 드렁큰타이거 1, 2집을 수천번 들었다. 마오리족 친구들이 비지의 ‘크루’(힙합에서 음악을 함께 하는 동료를 일컫는 말)였다. 마오리족은 백인이 동양인과 싸우면 동양인 편에서 싸웠다.

■ 스킷 : 비지는 한국에 돌아와 아이돌 그룹의 백보컬 제의를 받았다. 2001년 귀국하자마자 유명 기획사 서너 곳을 돌았다. 모든 기획사가 “음악은 쓸 만한데”로 시작해서 “아이돌 그룹 공연 때 랩만 해달라”로 말을 끝냈다. 당장 전속계약금 2천만원이 솔깃했지만 거절했다. 한번 발을 담그면 꺼내기 어려워 보였다. 뉴질랜드에 어머니와 형을 남겨놓고 한국에 온 건, 아이돌 그룹 백보컬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떨어져 한국에 사는 아버지에게는 손을 벌리지 않았다. 한 다리 건너 알던 ‘보컬 트레이너’ 가수 박선주씨를 통해 한명 한명 친구들을 사귀었다. 그렇게 만난 양동근은 지금 둘도 없는 음악 동지가 됐다. 비록 말놓기까지 1년 반이 걸리긴 했지만. 바비킴과 에피카이가 함께 하는 무브먼트 크루의 뮤지션 션이슬로우는 “항상 바빠져라”라는 의미에서 비지란 예명을 지어줬다.

■ 노래3 : 비지의 금속성 목소리는 중독성이 있다. 외모와 말투처럼 플로(랩을 할 때 느껴지는 독특한 리듬감)에 여유가 있다. 그러나 비트와 가사는 세다. 알고보면 그의 목소리는 이미 낯익다. 드렁큰타이거 6, 7집, 윤미래 3집, 양동근 1.5, 2∼4집 등 여러 앨범에 참여했다. 그는 엠넷에서 지난해 방영된 비보이 드라마 <브레이크>에서 드렁큰타이거와 함께 ‘봉우리’를 불렀다. 비지가 활동한 지 7년 만에 독자음반을 낸다. 내년 2월이 목표다.

양동근과 말을 놓기까지 1년 반

■ 아우트로 : 비지는 “힙합은 가족”이라고 말한다. 미국 흑인 힙합그룹 ‘니가즈 위드 애티튜드’(NWA)는 힙합은 저항이라고 했다. 반면 엠시해머에게 힙합은 댄스음악이었다. 비지는 “힙합은 가족처럼 친근한 존재입니다 본토 힙합이 뭐라고 정의를 내리는 건 싫습니다”라고 말했다. “힙합의 매력은 직설적 전달력입니다. 가사를 음미하면 더 재밌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드렁큰타이거는 힙합이 ‘반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 대중음악의 여러 반찬 가운데 자연스럽게 집어 먹을 수 있는 반찬. 록이나 포크처럼 말이다. 한국 힙합가수들이 모국어를 영어처럼 발음하는 것에 대해 지적도 나온다. 비지는 정확한 한국어 발음과 가사를 위해 귀국해서 1년 동안 방에서 책만 읽었다. 그는 모국어로 랩을 하는 것이 뭔지 안다. 영어보다 라임(각운)과 의미를 맞추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더 갈고닦았다. ‘비밀의 수풀 속, 단련한 정글도 어느덧 때가 왔다.’(‘정글타오’ 가사 중)

(기사를 일반적인 힙합 음반의 구성에 맞춰 작성했다. 스킷은 음반 중간에 래퍼가 장난스럽게 말하는 메시지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