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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의 흔적, 텍사스의 베네치아

등록 2007-11-08 15:21수정 2007-11-10 21:44

리버워크의 어느 층계짬에서 바라본 샌안토니오 거리. 이장희
리버워크의 어느 층계짬에서 바라본 샌안토니오 거리. 이장희
[매거진 Esc] 나의 도시이야기
<아메리카, 천 개의 자유를 만나다>저자 이장희의 샌안토니오
샌안토니오에 도착한 건 연일 화창한 날씨만 이어진다는 텍사스의 1월이었다. 텍사스의 베네치아로 불리며, 청계천 복원 본보기 중 한 도시였기에, 당시 미국을 횡단하던 나는 여행 전 꼭 들러볼 도시로 손꼽아 놓은 터였다.

면적이 한반도 세 배라는 거대한 텍사스를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 넘나들며, 어릴 적 서부 영화에서 많이 본 길쭉한 서와로 선인장이 끝나지도 않을 듯 펼쳐지는 황야를 종일 달려 샌안토니오에 도착한 건 늦은 오후가 다 되어서였다.

겨울이라지만 햇살만큼은 초여름처럼 따스했으며, 거리 곳곳에 보이는 텍사스주 깃발(론스타기:고독한 별의 깃발)이 텍사스인들의 자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그들은 미국인으로보다 텍사스인으로 불리는 걸 더 좋아했으며, 과연 미국이라는 거대한 세력의 이익을 마다할 리 있을까 싶었지만 많은 텍사스인들이 독립의 의지를 가졌다 하니, 훗날 세계에는 텍사스라는 이름의 나라가 하나 더 늘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샌안토니오는 규모에서도 미국 10대 도시이며, (미국 10대 도시 중 셋이 텍사스주에 있다. 휴스턴·댈러스·샌안토니오) 멕시코와 벌인 싸움에서 이겨 얻은 곳 답게 중미문화 색깔이 많이 남아 매력적이었다. 역시 그 도시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건 작은 하천을 개발해 만든 산책길인 리버워크다. 우리의 청계천처럼 지상보다 한층 내려간 개념인데, 청계천이 높은 둑 때문에 단절된 느낌이라면, 리버워크는 건물들의 지하 1층과 통하는 구조로 상업지구와 직접 맞닿아 무척 유기적인 느낌의 산책 공간이 펼쳐졌다.

수량 또한 청계천보다 많아 작은 배를 타고 도시의 여유로운 정취를 느낄 만 했다. 하긴 리버워크의 개발 역사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시행착오를 거쳐 세계적인 도시가 된 만큼 청계천과 견주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다. 언젠가 세월이 지나면 청계천도 더욱 친숙하고 개성적인 모습으로 변모해 나가겠지?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 알라모. 영화 ‘알라모’로도 잘 알려진 이 허름하고 특이할 것 없는 건축물은 원래 18세기에 세워진 프란체스코 수도회 예배당이었는데, 19세기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에서 최후의 미군 180여명이 멕시코 군대 3000여명을 맞아 싸우다 모두 전사했다는 곳이다. 한마디로 미국으로선 영웅적인 성전이고, 멕시코 쪽에서는 자신들의 땅을 잃은 수치스러운 기억의 장소다. 알라모 요새에서 숨진 군인들을 론스타라 일컬어 기렸고, 이는 텍사스 국기의 상징이 됐으며, 우리가 잘 아는 거대한 투기자본 ‘론스타’를 떠올리게도 한다.

난 리버워크의 어느 층계짬에 앉아 저물어가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거리를 크로키했다. 마침 미식축구가 있던 날이었는지라 리버워크는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었고, 사람들은 들뜬 기분으로 여유롭게 저녁 시간을 즐겼다. 그 나지막한 흥겨움은 나에게도 전이되어 부드러운 편안함으로 스며들었지만, 난 여전히 여행 중인 이방인일 뿐이었다. 미국을 횡단하며 수많은 도시들을 다녀보며 느낀 것들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세계 최강국의 파워에서 나오는 거대한 역동성들. 인디언과 멕시코로부터 빼앗은(혹은 명분 좋게 얻어낸) 많은 지역들의 이질적인 모습들에서, 역시 힘이란 어디에서고 모든 걸 앞서는 최고의 보루라는 생각. 어쩌면 지금 미국은 힘으로 영토를 마음껏 확장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을 무척이나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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