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하우스 스테이크(맨 위), 빵(위 왼쪽), 토마토와 양파샐러드(위 오른쪽).
[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 / 뉴욕 피터 루거
■ 뉴욕 피터 루거
이제부터 뉴욕의 맛집을 탐방하고자 한다. 뉴욕은 세계의 수도이자 음식의 수도이기도 하다. 뉴욕에는 세계 각국의 음식이 다 모였으며, 그 수준도 최고를 자랑한다. 예를 들자면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지역별 음식을 입맛대로 골라 맛보는 곳이 뉴욕이다. 그런 뉴욕의 식당 순례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소개하지 않을 수 없는 집이 바로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스테이크로 이름을 떨치는 ‘피터 루거’다. 피터 루거는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 최고의 스테이크하우스로 각종 매체가 이구동성으로 그 맛을 극찬하는 식당이다. 권위 있는 식당 소개서인 <자갓서베이>는 피터 루거를 23년째 뉴욕 최고의 스테이크하우스로 소개하면서 ‘비길 데 없는’(matchless)이라는 말로 그 스테이크를 치켜세울 정도다.
피터루거의 스테이크는 미국농무부(USDA)가 정한 쇠고기의 8단계 품질등급 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이자 전체 쇠고기 중 3% 정도만 해당되는 프라임급만 쓰며, 그 중에서도 최고의 포터하우스만 숙성시켜서 사용한다. 포터하우스는 스테이크 중앙에 티(T)자 모양의 뼈가 든 티본 스테이크의 한 종류로, 소의 허리 부위에서 나온다. 티자 모양 뼈의 양옆에 붙은 고기 중 한쪽은 등심이고 다른 한쪽은 부드러운 안심인데, 안심 쪽이 크고 두꺼운 것을 포터하우스 스테이크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포터하우스는 하나의 스테이크로 두 부위를 한꺼번에 맛보는 셈이다. 두툼한 포터하우스는 레어나 최소한 미디움레어 정도로 구워서 풀바디의 와인을 한잔 곁들여 먹어야 제맛을 즐긴다.
피터 루거는 그 명성에 비해 치장이 화려한 식당은 아니다. 독일 비어홀 풍으로 꾸민 실내는 소탈하고 식당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한 나이 든 웨이터들은 퉁명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뭉툭한 버터나이프로도 썰어진다는 평을 듣는 부드러운 스테이크를 한입 먹어 보면 그런 불만은 씻은듯 사라진다. 입에서 녹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알게 해 준다. 유명한 피터 루거의 자가제 소스를 쳐서 먹어도 맛있지만 그냥 먹어도 맛있다.
메뉴도 간단해서 사람 수에 맞춰 스테이크 1인분, 스테이크 2인분 하는 식으로 주문하면 끝이다. 곁들이도 유명한 양파토마토 샐러드와 크림시금치, 그리고 감자튀김이 전부다.
대부분의 일류식당들이 모인 맨해튼이 아닌 브루클린에 있는데도 예약은 보통 한 달씩 밀렸으며, 인터넷으로는 아예 예약을 받지 않고 크레디트카드도 받지 않는 배짱장사를 한다. 브루클린 본점은 맨해튼에서 윌리엄스버그 다리 건너자마자 178 브로드웨이에 있다.(전화번호·718-387-7400) 예약 없이 갈 때는 롱아일랜드의 그레이트넥 분점이 편리하다.(516-487-8800) 뉴욕에 가면 미국 최고의 스테이크를 한번 맛보자. 1인당 60달러 정도는 들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예종석의 맛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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