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전과자와 외국인 신부 따뜻하게 품은 마이너리티 프로그램의 선전에 박수를
7일 시작한 한국방송 수목 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와 11일 개편과 함께 새롭게 선보인 에스비에스 <일요일이 좋다-사돈 처음 뵙겠습니다>는 장르도 주제도 다른 프로그램이지만 비슷한 점이 있다. 전과자와 외국인 신부라는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를 따뜻한, 그러나 과장되지 않은 시선으로 지켜본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제 몫에 비해 시청률을 못 챙기는 마이너 프로그램에 각별한 애정을 가져온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시나리오 작가 조진국씨가 두 프로그램의 선전을 응원했다.
정석희 <일요일이 좋다>가 개편하면서 ‘인체탐험대’ ‘기적의 승부사’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이하 사돈)’를 신설했는데 ‘기적의 승부사’를 제외하면 둘 다 괜찮았다. 특히 ‘사돈’은 베트남 신부를 타자화시키지 않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그리는 게 신선했다.
조진국 정말 베트남 신부가 그렇게 많은지는 몰랐다. 한 마을의 며느리 대부분이 베트남 출신이더라.
‘베트남’ 신부 아닌 그냥 우리의 신부더라
정 베트남 처녀 하면 떠오르는 게 아오자이나 오토바이 같은 건데 베트남 신부들이 오토바이 타고 우리나라 시골길을 누비는 게 진짜 글로벌한 느낌도 들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 같다. 조 방송 중에 그런 말이 나오지 않나. 베트남 신부가 낳은 아이 울음소리가 그 마을에서 15년 만에 들린 아이 울음소리라고, 그래서 마을 아주머니들이 다 나서서 봐주겠다고 하는데 그걸 보면서 단일민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제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 신부’가 아니라 그냥 우리의 신부, 며느리, 엄마가 될 수 있는 현실이 된 거다. 정 농촌 사회라면 도시보다 보수적이라 혈통을 더욱 중요시할 텐데 오죽했으면 그게 무너졌을까 싶은 생각도 들더라. 조 베트남 신부가 많아진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마을 이장님이 세계화를 농촌에서 먼저 실천한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대답했는데, 그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물론 처음에는 자발적이 아니었겠지만 도시가 시골 사람, 이주 노동자를 배척하는 동안 이 사람들은 인간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거다. 정 방영은 안 됐지만 이런 내용도 있더라. 남희석이 지나가다가 베트남 신부가 낳은 애를 봤는데 눈이 이상해서 물어보니 유전적 문제로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베트남 신부는 애 아버지의 장애를 알고도 결혼한 이였다. 그 아이를 서울로 데려와 자비로 눈 수술을 시켜준다는 기사를 봤는데 남희석이 <느낌표-산 넘고 물 건너>를 해봐서 그런지 시골 사람들의 그런 어려움을 잘 이해하는 것 같다. 조 남희석의 <미녀들의 수다> 진행은 별로인데 여기서는 참 잘한다. 자기 색깔도 잘 드러내고. 그런 부분도 재미있었다. 베트남 신부들이 잔디를 키워서 골프장에 파는 일을 하는데 진행자가 “솔직히 일하기 싫죠? 힘들죠?” 물어보니까 “예” 대답하더라. 방송이 잘하는 억지 환상을 주는 게 아니라, 인간적인 질문과 솔직한 답변이 오가니까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 정 그런데 다른 집 여자는 남편이 싫어해서 잔디 일 안 한다는 걸 앞부분과 비교하듯이 보여주니까 왠지 앞 여자는 남편이 시켜서 한다는 뉘앙스가 느껴져서 좀 그랬다. 그런 디테일한 배려가 아직은 미흡하다고 할까. 조 나는 감동적으로 보다가 김한석이 베트남에 가서 그 동네 처녀를 불러다놓고 한국으로 시집가고 싶으냐, 아들은 잘 낳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듣고 기분을 팍 잡쳤다. 무슨 소 품종 개량도 아니고 말이지, 결혼하고 싶은 한국 처녀한테 아들은 낳을 수 있겠느냐고 물어본다고 생각해봐라. 너무 차별적인 질문인 거다. 잘 만들어놓고 디테일 때문에 욕먹는 거다. “아들 낳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엔 기분 잡쳐 정 사돈들끼리 만날 때 통역 문제도 희화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도 이런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면 좋은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 특히나 <느낌표>도 끝나서 시골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으로 유일한데, 잘 다듬어서 오래갔으면 좋겠다. 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 안의 차별이 없어지고 그들도 우리 안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베트남 신부가 낳는 아이들도 혼혈이라는 이유로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가 되는 건데 <인순이는 예쁘다>의 ‘인순이’가 상징하는 것도 혼혈 가수 인순이로 대표되는 마이너리티 아닌가. 그래서 전혀 다른 두 프로그램이 연결되는 느낌이다. 정 보통 드라마에 출생의 비밀이 테마로 등장하면 그 비밀 캐느라 하세월인데 이 드라마는 2회에서 다 열어 보이며 빠르게 전개돼서 좋았다. 특히 엄마(나영희)가 인순이(김현주)를 “인순아” 부를 때 인순이가 내레이션으로 자기 이름이 불려지길 얼마나 원했는지 말하는 장면이 참 좋더라. 조 그 장면 최고였다! 인순아 부르고 와락 껴안았다면 그렇게까지 감동적이지는 않았을 텐데 엄마들이 이름을 부르면 아이들이 떠나고 텅 빈 놀이터에 혼자 남은 어린 인순이의 플래시백 연출이 멋졌다. 정 연기도 다들 괜찮지만 캐릭터 자체가 드라마 속에만 존재하는 사람 같지 않아서 좋다. 김현주 옷 입는 것만 봐도 원래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 같잖나. 정말 자연스러워서 예뻐 보이는 거지. 조 상우(김민준)가 인순이 문자 받고 출장 간다고 거짓말 답장 쓰다가 망설이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나. 3회 예고편 보니까 엄마 캐릭터도 자식에 대해서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 같다. <엄마 찾아 삼만리>의 엄마가 아닐 것 같아서 기대된다. 정 나도 엄마지만 고두심, 김해숙 같은 엄마가 실제 얼마나 있겠나. 자식도 밉고 싫을 때가 있는데 자식이니까 참는 거지. 그런 점에서 한국 드라마에 흔치 않은 엄마가 나올 것 같은 예감도 든다. 조 그런데 2회에 보면 나영희가 아파하는 모습이 나온다. 설마 나중에 불치병으로 판명돼서 어렵게 찾은 엄마와 눈물의 이별을 한다, 이렇게 전개되지는 않겠지? 제발 그렇게는 풀어가지 말아야 할 텐데. 정 그런데 그 장면에서 인순이가 엄마 업고 뛰는 건 오버 아닌가. 119를 부르거나 택시를 타야지 말야. 내가 너무 트집인 거지?(웃음) 한국 드라마에 흔치 않은 엄마 나올 듯 조 아니다. 그런 건 지적해줘야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장면이 만들기 위해서 만든 장면이고, 드라마 전체 흐름에서 옥에 티를 만든다. 정 사소한 결점들은 있지만 근래 본 드라마 가운데 드물게 다음 회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조 맞다. 원래 표민수 감독 작품은 휴머니즘이 중요한 테마 아닌가. 이 드라마에서도 과장하지 않고 인간적인 깊이를 잘 보여줄 것 같다. 정 작가는 <현정아 사랑해>를 썼던 정유경인데 <현정아 …> 때도 대사나 스토리 다 좋았다. 그런데 <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빼면 내가 많이 좋아해서 시청률이 잘 나왔던 드라마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번엔 그러면 안 될 텐데.(웃음) 조 전반적으로 내레이션이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들에게 보내는 격려의 편지 같다.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인순이처럼 풀 죽은 사람들, 눈칫밥 먹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어깨를 따뜻하게 다독여주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 정리 김은형 기자
정 베트남 처녀 하면 떠오르는 게 아오자이나 오토바이 같은 건데 베트남 신부들이 오토바이 타고 우리나라 시골길을 누비는 게 진짜 글로벌한 느낌도 들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 같다. 조 방송 중에 그런 말이 나오지 않나. 베트남 신부가 낳은 아이 울음소리가 그 마을에서 15년 만에 들린 아이 울음소리라고, 그래서 마을 아주머니들이 다 나서서 봐주겠다고 하는데 그걸 보면서 단일민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제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 신부’가 아니라 그냥 우리의 신부, 며느리, 엄마가 될 수 있는 현실이 된 거다. 정 농촌 사회라면 도시보다 보수적이라 혈통을 더욱 중요시할 텐데 오죽했으면 그게 무너졌을까 싶은 생각도 들더라. 조 베트남 신부가 많아진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마을 이장님이 세계화를 농촌에서 먼저 실천한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대답했는데, 그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물론 처음에는 자발적이 아니었겠지만 도시가 시골 사람, 이주 노동자를 배척하는 동안 이 사람들은 인간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거다. 정 방영은 안 됐지만 이런 내용도 있더라. 남희석이 지나가다가 베트남 신부가 낳은 애를 봤는데 눈이 이상해서 물어보니 유전적 문제로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베트남 신부는 애 아버지의 장애를 알고도 결혼한 이였다. 그 아이를 서울로 데려와 자비로 눈 수술을 시켜준다는 기사를 봤는데 남희석이 <느낌표-산 넘고 물 건너>를 해봐서 그런지 시골 사람들의 그런 어려움을 잘 이해하는 것 같다. 조 남희석의 <미녀들의 수다> 진행은 별로인데 여기서는 참 잘한다. 자기 색깔도 잘 드러내고. 그런 부분도 재미있었다. 베트남 신부들이 잔디를 키워서 골프장에 파는 일을 하는데 진행자가 “솔직히 일하기 싫죠? 힘들죠?” 물어보니까 “예” 대답하더라. 방송이 잘하는 억지 환상을 주는 게 아니라, 인간적인 질문과 솔직한 답변이 오가니까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 정 그런데 다른 집 여자는 남편이 싫어해서 잔디 일 안 한다는 걸 앞부분과 비교하듯이 보여주니까 왠지 앞 여자는 남편이 시켜서 한다는 뉘앙스가 느껴져서 좀 그랬다. 그런 디테일한 배려가 아직은 미흡하다고 할까. 조 나는 감동적으로 보다가 김한석이 베트남에 가서 그 동네 처녀를 불러다놓고 한국으로 시집가고 싶으냐, 아들은 잘 낳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듣고 기분을 팍 잡쳤다. 무슨 소 품종 개량도 아니고 말이지, 결혼하고 싶은 한국 처녀한테 아들은 낳을 수 있겠느냐고 물어본다고 생각해봐라. 너무 차별적인 질문인 거다. 잘 만들어놓고 디테일 때문에 욕먹는 거다. “아들 낳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엔 기분 잡쳐 정 사돈들끼리 만날 때 통역 문제도 희화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도 이런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면 좋은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 특히나 <느낌표>도 끝나서 시골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으로 유일한데, 잘 다듬어서 오래갔으면 좋겠다. 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 안의 차별이 없어지고 그들도 우리 안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베트남 신부가 낳는 아이들도 혼혈이라는 이유로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가 되는 건데 <인순이는 예쁘다>의 ‘인순이’가 상징하는 것도 혼혈 가수 인순이로 대표되는 마이너리티 아닌가. 그래서 전혀 다른 두 프로그램이 연결되는 느낌이다. 정 보통 드라마에 출생의 비밀이 테마로 등장하면 그 비밀 캐느라 하세월인데 이 드라마는 2회에서 다 열어 보이며 빠르게 전개돼서 좋았다. 특히 엄마(나영희)가 인순이(김현주)를 “인순아” 부를 때 인순이가 내레이션으로 자기 이름이 불려지길 얼마나 원했는지 말하는 장면이 참 좋더라. 조 그 장면 최고였다! 인순아 부르고 와락 껴안았다면 그렇게까지 감동적이지는 않았을 텐데 엄마들이 이름을 부르면 아이들이 떠나고 텅 빈 놀이터에 혼자 남은 어린 인순이의 플래시백 연출이 멋졌다. 정 연기도 다들 괜찮지만 캐릭터 자체가 드라마 속에만 존재하는 사람 같지 않아서 좋다. 김현주 옷 입는 것만 봐도 원래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 같잖나. 정말 자연스러워서 예뻐 보이는 거지. 조 상우(김민준)가 인순이 문자 받고 출장 간다고 거짓말 답장 쓰다가 망설이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나. 3회 예고편 보니까 엄마 캐릭터도 자식에 대해서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 같다. <엄마 찾아 삼만리>의 엄마가 아닐 것 같아서 기대된다. 정 나도 엄마지만 고두심, 김해숙 같은 엄마가 실제 얼마나 있겠나. 자식도 밉고 싫을 때가 있는데 자식이니까 참는 거지. 그런 점에서 한국 드라마에 흔치 않은 엄마가 나올 것 같은 예감도 든다. 조 그런데 2회에 보면 나영희가 아파하는 모습이 나온다. 설마 나중에 불치병으로 판명돼서 어렵게 찾은 엄마와 눈물의 이별을 한다, 이렇게 전개되지는 않겠지? 제발 그렇게는 풀어가지 말아야 할 텐데. 정 그런데 그 장면에서 인순이가 엄마 업고 뛰는 건 오버 아닌가. 119를 부르거나 택시를 타야지 말야. 내가 너무 트집인 거지?(웃음) 한국 드라마에 흔치 않은 엄마 나올 듯 조 아니다. 그런 건 지적해줘야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장면이 만들기 위해서 만든 장면이고, 드라마 전체 흐름에서 옥에 티를 만든다. 정 사소한 결점들은 있지만 근래 본 드라마 가운데 드물게 다음 회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조 맞다. 원래 표민수 감독 작품은 휴머니즘이 중요한 테마 아닌가. 이 드라마에서도 과장하지 않고 인간적인 깊이를 잘 보여줄 것 같다. 정 작가는 <현정아 사랑해>를 썼던 정유경인데 <현정아 …> 때도 대사나 스토리 다 좋았다. 그런데 <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빼면 내가 많이 좋아해서 시청률이 잘 나왔던 드라마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번엔 그러면 안 될 텐데.(웃음) 조 전반적으로 내레이션이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들에게 보내는 격려의 편지 같다.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인순이처럼 풀 죽은 사람들, 눈칫밥 먹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어깨를 따뜻하게 다독여주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 정리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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