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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떡의 지존, 백발 성성한 주방

등록 2007-11-14 17:38

칼국수
칼국수
[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 / 한성칼국수
칼국수와 빈대떡은 서민음식의 대표선수들이다. 그러나 요즘 흔하게 먹는 밀가루 칼국수가 예전에는 귀한 음식이었던 모양이다. <고려도경>은 “고려에는 밀이 적기 때문에 화북에서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밀가루 값이 매우 비싸서 성례 때가 아니면 먹지 못한다”고 기록했다. 그때는 오히려 메밀이 흔했던 모양으로 17세기 말의 요리책인 <음식디미방>이나 <주방문>은 메밀로 칼국수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다.

빈대떡은 원래 제사상이나 교자상에 기름에 지진 고기를 고배(음식을 그릇에 높이 괴어 담음)할 때 받침으로 쓰였는데 그 이름은 가난한 사람들의 떡이라는 의미의 ‘빈자떡’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흉년이 들면 유랑민들이 남대문으로 수없이 모여들었고 그럴 때 세도가에서 빈자떡을 만들어 소달구지에 싣고 가 “누구누구 집의 적선이오”라고 하면서 그들에게 던져주었다고 한다. 빈자떡이 빈대떡이 된 유래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명물기략>은 중국 떡을 지칭하는 알병의 알자가 빈대를 가리키는 갈(蝎)자로 잘못 알려져 빈대떡이 되었다고 밝힌다. 또 하나의 설은 옛날 정동에는 빈대가 많아 빈대골로 불렸는데 그곳에 빈자떡 장수가 많아서 빈대떡이 되었다고도 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모듬전, 빈대떡, 낙지데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모듬전, 빈대떡, 낙지데침
아무튼 옛날에 비하면 그 신분이 달라진 칼국수와 빈대떡으로 서울 강남에서 25년째 이름을 떨치는 집이 한성칼국수다. 아직도 일일이 손으로 썬 면을 양지머리와 사골로 낸 육수에 말아주는 칼국수나, 100% 국산녹두만을 고집하는 빈대떡은 그 맛이 자별하다. 사실 한성칼국수의 메뉴는 이 두 가지 외에도 만둣국, 제육, 수육, 파전, 생굴, 모듬전, 낙지데침, 낙지볶음, 조개탕, 콩비지 등 다양하며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수준급의 맛이다. 이 집 제육을 장안 최고로 치는 이도 있고, 굴전 때문에 개업 이래 단골인 손님도 있을 정도이다. 한성칼국수의 특징은 평범함 속의 비범함이랄까 흔한 메뉴지만 맛이 한결같다는 것이다.

칠순을 훌쩍 넘긴 연세에 아직도 카운터를 지키는 정재선·정재실 자매 할머니는 지금도 음식 재료를 사는 데 신경을 곤두세운다. 고기를 비롯한 거의 모든 음식 재료를 개업 이래 같은 집에서 사왔으며, 낙지와 생굴은 서산에서, 문어는 포항에서 나는 것만 고집하여 요즘도 현지로부터 직접 조달받는다. 그러다보니 개업 때부터 주방을 책임지는 박숙자씨도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대부분이 단골인 손님들도 다들 백발이 성성하다.

예종석의 맛있는 집
예종석의 맛있는 집
<미슐랭 가이드>의 식당 선정 기준이 왜 맛의 일관성인지를 알게 해주는 집이 바로 한성칼국수이다. 할머니들이 오래오래 사셔서 계속 음식 맛을 지켜 주시면 좋겠다. 칼국수는 6천원, 빈대떡은 7천원 받으며, 다른 메뉴들은 2만원 내외다. 도산네거리 국민은행 지하에 있으며, 주차는 무료다. 전화번호는 (02)544-0540. 분당우체국 근처에 있는 분당점은 (031)702-0540이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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