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의 기수 / 존네 아빠가 기가 막혀
[매거진 Esc] 배달의 기수
영어로는 그럴듯하지만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닌 말이 있다. 가령 ‘네트워크’가 그렇다. 그냥 인맥이란 뜻이다. 인맥을 네트워크라고 부르는 순간, ‘합리적인 시스템에 가까운 그 무엇’이 된다고 한 동료기자는 지적했다. ‘파파존스’ 피자도 사실 ‘존 아빠네 피자집’(Papa John’s)이란 말이다. 우리로 치면 ‘김씨네 김밥집’에 해당하는 수더분한 작명.
이달 9일 파파존스 피자의 ‘대표 피자’라는 수퍼파파스 피자를 시켰다. 사무실까지 걸린 시간은 약 10분. 토핑이 다양한 게 특징. 버섯·피망·검은올리브·페페로니·햄·양파·치즈·이탈리안 소시지를 얹었다. 맛이나 향이 강한 재료가 없어 무난한 조합이다. 고구마나 호박을 포함해서 독특한 토핑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잘 맞을 것 같다. 현재 한국의 피자 시장은 1조3천억원 규모. 이 가운데 미스터피자·피자헛·도미노피자·파파존스피자 등 4대 업체가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피자는 이탈리아 음식이지만 이들은 모두 미국 기업이다. 올림픽을 전후해 80년대 후반 처음 피자배달점이 들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파파존스 홍보실은 꼴불견 손님에 관해 피자 배달원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우선 배달원이 어리다고 반말하는 손님.(한국 어른들의 불치병?) 피자가 식었다며 세 번 이상 다시 배달해 달라는 손님(세 번은 좀…). 배달원의 유니폼이 더럽다고 헬멧을 툭툭 치는 손님도 있었단다.(이쯤 되면 군대다) “라면이랑 먹으면 맛있거든요”라고 친절하게(?) 이유를 대며 피클을 10개 요구하는 손님. 포크를 20개 갖다 달라는 건 여기에 비하면 애교.(‘현대생활백수’라는 개그 코너를 기억하시는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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