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왼쪽부터 식당 내부 모습, 동탯국 끓이는 모습.
[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 연지동태국
명태만큼 다양한 호칭을 가진 어류도 없다. 조선 후기의 문헌들인 <송남잡지>(松南雜識)나 <임하필기>(林下筆記)를 보면, 명태라는 이름의 유래는 명천(明川)사람 태(太)씨가 잡아 관가에 바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그 명칭은 지방마다 다르며 가공방식이나 잡는 방법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기본적으로는 갓 잡아 싱싱한 것은 생태 또는 선태, 얼린 것은 동태(凍太), 말린 것은 북어 또는 건태라고 한다. 겨울철에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수없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노릇노릇 말려진 것은 황태, 말릴 때 일교차가 심해서 하얗게 되면 백태, 기온 변화가 적어서 검게 되면 흑태, 또는 먹태라 한다. 내장을 꺼내지 않고 통째로 말린 것은 통태, 소금에 절여 말린 건 짝태, 꾸덕꾸덕하게 반건조 상태로 말린 것은 코다리, 잘못 말려 속이 붉고 딱딱해진 것은 골태 또는 깡태, 대가리 떼고 말리면 무두태, 손상된 것은 파태, 날씨가 따뜻해서 물러지면 찐태, 고랑대에서 떨어진 것은 낙태라 하고 기계로 급속 건조한 최하품은 에프태, 귀해서 비싸지면 금태라 한다.
명태는 잡는 방법에 따라서도 이름이 달라지는데, 먼저 유자망으로 잡은 것은 그물태 또는 망태라 하고, 낚시로 잡은 것은 낚시태 또는 조태라고 한다. 잡힌 곳에 따라 원양에서 잡은 것은 원양태, 근해에서 잡힌 것은 지방태, 연안태라 하고, 그중에서 강원도에서 나는 것은 강태, 간성 앞바다에서 잡힌 건 간태라 한다. 계절에 따라 겨울에 나는 것은 동태, 봄에 잡히는 것은 춘태, 오월에 잡히는 건 오태, 가을에 잡히는 것은 추태라 이른다. 산란을 하고 나서 뼈만 남은 것은 꺾태라 하고 새끼는 애기태, 노가리, 앵치 등으로 칭하며 아주 큰 명태는 왜태라 한다. 초겨울에 도루묵 떼를 쫓는 명태어군은 은어받이, 동지 전후에 나오는 것은 동지받이, 섣달 무렵에 내유하는 것은 섣달받이라 했고 맨 끝물에 잡히는 것은 막물태라 한다. 예전 서울사람들은 함경남도 신포산 동결건조 명태를 최고로 쳐 더덕북어라고도 일렀다.
서민의 생선이던 명태가 요즈음은 귀족 생선이 되었다. 생태찌개 한 냄비에 4만~5만원을 호가하는 식당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동태는 아직도 우리의 밥상에 흔하고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남아 있다. 종로5가의 연지동태국은 드물게 동탯국 하나로 그 자리를 18년동안 지켜온 집이다. 식사 메뉴는 5000원짜리 동탯국과 6000원짜리 곤이내장국이 전부다. 곤이내장국에는 고소한 곤이와 내장이 듬뿍 들어있다. 나는 평소 푸아그라보다 생선 간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푸아그라는 거위에게 사료를 강제로 많이 먹여서 간을 기형적으로 키운 거지만 생선간은 자연산이기 때문이다. 아귀 간이 일품이지만 동태 간도 싼값을 생각하면 훌륭하다. 보령약국 골목 안에 있으며 전화번호는 (02)763-9397이다. 곤이내장국은 점심에만 판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곤이내장국.

예종석의 맛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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