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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목소리에 미쳐’ 보고 싶다

등록 2008-01-09 20:38

<김치치즈스마일>과 <기다리다 미쳐>에서 어리바리함이 반짝이는 배우 김산호
<김치치즈스마일>과 <기다리다 미쳐>에서 어리바리함이 반짝이는 배우 김산호
[매거진 Esc] 도대체 누구야?
<김치치즈스마일>과 <기다리다 미쳐>에서 어리바리함이 반짝이는 배우 김산호

문화방송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의 ‘산호총각’은 ‘젠틀하고 매너좋고 귀티나고 옷태나고 잘생기고 힘도좋’(‘기준이다~산호다~송’)은데다가 기억상실증이라는 미스터리함까지 갖춘 매력남이다. 그런데 그 반듯한 얼굴로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고, 시원한 ‘기럭지’는 움직일 때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진다. 1일 개봉한 <기다리다 미쳐>의 대학생 은석은 여친과 닭살스런 연애를 하다가 군대에 간다. 얼마 뒤 면회 온 여친은 냉랭해졌고 여친과 다른 친구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지만 뒤집힌 ‘고무신’의 속사정을 이 단순하고 속없는 청년은 알아채지 못하고 오랜만에 본 친구들이 반갑기만 하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로 주목을 받다

이 두 인물을 연기한 배우 김산호(27)는 “두 캐릭터가 전혀 다른 인물이지만 잘 보면 똑같다”고 말한다. 잘 보면 둘이 아니라 셋이 비슷해 보인다. 187㎝의 훤칠한 키에 거짓말 안 보태고 손바닥 하나에 폭 들어가는 얼굴을 가지고 있어 모델 출신이냐는 오해를 자주 받지만 대학에 다닐 때도 남들의 시선을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둔감했다. “제가 빠릿빠릿하지가 못해서”라고 자신을 설명하는 약간 느린 말투에는 자의식 강하고 까다로운 배우의 ‘간지’보다 지금도 엄마의 콩나물 심부름을 군말 없이 할 것 같은 순둥이 셋째아들의 성격이 묻어나온다.

“충남 천안에서 20년 동안 너무나 평범하게 자란 막내아들”이자 “유치원 때 원장 선생님이 너무 근사하게 보여서 유치원 원장이 되는 게 어린 시절 꿈”이었던 김산호는 티브이 시청자와 극장 관객보다 뮤지컬 팬들에게 먼저 얼굴을 알렸다. 95년 <바람의 나라>와 <그리스>에 출연하면서 주목받는 뮤지컬 배우군에 끼기 시작했다. “대학 때 노래 연습도 많이 했지만 뮤지컬보다는 정극 연기를 더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졸업작품만 하고 뮤지컬은 하지 말아야지 결심했는데 그 인연 덕에 뮤지컬 배우로 데뷔를 하게 됐죠.” 졸업작품 <피핀>에서 그가 연기했던 게 주인공 피핀. 그래도 주인공이면 대학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거 아니냐 했더니 “캐릭터가 좀 어리바리해요”라며 웃는다. 그때 피핀의 아버지로 함께 연기했던 동기가 뮤지컬 스타 김우형이다.


군대간 뒤 고무신 거꾸로 신은 여친에게 상처받는 은석을 연기한 〈기다리다 미쳐〉(사진 위). 귀티나는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실수 투성이 산호로 출연하는 〈김치치즈 스마일〉.
군대간 뒤 고무신 거꾸로 신은 여친에게 상처받는 은석을 연기한 〈기다리다 미쳐〉(사진 위). 귀티나는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실수 투성이 산호로 출연하는 〈김치치즈 스마일〉.
갓 졸업한 배우 ‘지망생’ 김산호의 얼굴을 알리게 된 첫 작품은 뮤지컬 <바람의 나라>다. “연출과 이지나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꿈 속에 원작만화 주인공하고 제 얼굴이 겹치더라고 말씀하시면서 오디션 보러 오라고요. 저 정말 그 선생님하고 하나도 안 친했거든요.(웃음)” 생짜 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파격 캐스팅으로 화제를 낳은 <바람의 나라>가 호평을 받으면서 <그리스>에 출연해 데뷔 1년여 만에 스타급 연기자로 자리잡았다. <그리스>에서 그의 연기가 ‘평범한 느낌의 연기 잘하는 애’를 찾던 <기다리다 미쳐>의 류승진 감독 레이더망에 걸려들었다.

군대에 간 네 커플의 에피소드를 담은 <기다리다 미쳐>는 이기우·유인영 등 “코드가 잘 맞는” 또래 친구들을 만나서 즐거웠던 작업.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저도 군대 있을 때 여자친구랑 헤어졌거든요. 너무 사랑해서라기보다 만날 수도 없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 답답함 때문에 정말 미치죠. 혼자 달리기하고 밤에 별 보고 이러면서 감정을 삭였어요. 그래서 영화에도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 별 보는 장면이라도 하나 들어갔더라면 은석이가 좀 덜 찌질해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어요.(웃음)” 그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군대에 갔다 와서야 한발짝 물러나 상대방이나 관계를 바라보는 걸 배우게 된 거 같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 속 은석과 진아의 마지막 조우처럼 그 역시 제대 후 헤어진 여자친구를 다시 봤을 때는 “원망보다 미안한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고.

배우 유지태를 역할 모델로 삼은 이유

2005년 데뷔 후 마치 정규 코스를 밟듯이 무대와 텔레비전, 영화까지 또박또박 잘 걸어왔다. 물론 반은 운이 좋은 거다. “거기에 추가하면 음, 내 자신에 대한 믿음 같은 게 있어서 아닐까요. 사실 저는 몸치에 가까워요. 뮤지컬 배우로도 타고난 게 아니죠. 그래서 처음 연습할 때 사람들이 걱정도 했지만 오늘 이만큼 하니까 내일은 좀더, 두달 뒤엔 아주 잘할 수 있을 거야, 이런 마음으로 계단 오르듯이 초조함 없이 연습했거든요.”

요새도 노래 연습은 계속하고 싶지만,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당분간 정극 연기를 하면서 뮤지컬 무대는 좀더 훈련된 모습으로 ‘짠’ 하고 복귀하고 싶단다. 배우 유지태를 역할 모델로 삼고 있다고 해서 ‘혹시 장래 희망은 영화감독?’이냐고 물으니 다소 뜻밖의 대답인 “보이스 트레이너”가 나온다. “연기하는 데 목소리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소리 때문에 연기 못한다는 비판 듣는 사람들도 많은데 언젠가 외국에서 제대로 배워 와서 한국 사람들의 발음에 맞는 목소리 훈련을 맡고 싶어요.”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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