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도시여행의 최적지 싱가포르 클라키에서 전위적인 여유 만끽하기
싱가포르는 사고 먹고 마시는 데 최고다. 다른 말로 싱가포르는 도시 여행의 최적지다. 싱가포르강은 이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는 곳이다. 마천루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고, 미식가를 유혹하는 고급 레스토랑이 박혀 있고, 전위적인 클럽이 한밤을 밝히는 부두를 사이로 이 좁고 느린 강이 흐르기 때문이다.
1800명이 한꺼번에 춤추는 아레나
싱가포르강은 강이었으나 바다였다. 보트키와 클라키, 로버트슨키의 지명이 바다의 흔적을 말해준다. 키(quay)는 부두라는 뜻이다. 1819년 스탬퍼드 래플스가 상륙하고 5년 뒤 동인도회사에 편입되면서 도시의 역사는 시작됐는데, 바다에서 싱가포르강을 따라 하나둘씩 부두가 생긴 것이다. 세계적인 무역항인 싱가포르의 영화가 이 강에서 시작된 셈이다.
지금 보트키, 클라키, 로버트슨키는 부두에서 노천카페로 변했다. 부두의 화물창고는 북유럽풍의 다채로운 색으로 갈아입고 레스토랑과 클럽, 바로 변신했다. 한밤중에도 25도를 웃도는 무더위를 식히느라 건물과 거리를 통째로 차양으로 덮었다. 가로 세로 371m의 넓이만큼 아예 건물 위로 그늘을 만든 것이다. 차양은 가끔씩 아래로 ‘스프레이 비’를 내린다. 16도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가 클라키 재개발사업을 빗대어 ‘싱가포르에 활기를 가져다 준 사업’이라고 극찬했고, 2006년 아세안에서 에너지 효율 건물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싱가포르는 자랑한다.
싱가포르강의 곡선이 내다보이는 노보텔 클라키에 여장을 풀고 한밤중 부두에 나갔다. 최근 클라키에서 주목받는 바는 단연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다. 2005년 1월 런던의 본사에서 싱가포르에 지점을 냈다. 1800명이 동시에 춤출 수 있는 아레나를 비롯해 스무브·54·퓨어·스카이라운지 등 공간 다섯에 동시에 3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댄스 콤플렉스’다. 술 마시고 춤출 겨를도 없이 클럽의 디자인과 조명이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음악에서나 디자인에서나 전위적인 클럽이다.
분수광장 옆 ‘클리닉’의 노천카페엔 휠체어에 앉은 사람들이 링거 병에 담긴 노란 맥주를 빨았다. 2층 식당의 저녁식사는 바퀴가 달린 철제 테이블로 배달돼 수술대 위에 차려진다. 수술 조명이 음식을 비춘다. 물론 종업원은 간호원 복장이다. 영국의 현대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이 15점 걸려 있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예술적인 페티시 레스토랑이다. 클라키는 관광지이기에 앞서 국제금융가 직장인들이 먹고 마시는 곳이다. 세계 곳곳에서 파견된 외국인 거주자들은 클라키에서 도시의 일상을 마친다.
이튿날엔 싱가포르 국립박물관과 싱가포르시티 갤러리를 차례로 둘러봤다. 홀랜드 빌리지에서 밥을 먹고 인테리어 숍을 구경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서점인 오차드로드의 보더스에서 한가롭게 책을 읽다가 몇 권 샀다.
밤에는 싱가포르 강변을 따라 마리나베이까지 걸었다. 마리나베이에선 싱가포르 첫번째 랜드마크인 멀라이언 동상이 물을 뿜는다. 보통 신화 속의 영물은 불을 뿜는데 이 사자는 꼬리가 물고기라서 그런지 물을 뿜는다.(멀라이언은 사자와 인어가 합쳐진 싱가포르의 상징이다) 일과를 마친 직장인들이 두서넛 둘러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얼굴을 데면데면하게 감싸고 멀라이언이 흩뿌리는 물방울이 머리를 적신다.
아, 완벽하게 한가로운 24시간의 배분!
사실 도시 여행은 이상적인 도시의 일상을 단 사나흘이라도 가져보는 데 있다. 호텔에서 우아한 아침을 먹고(보통 서울에선 아침을 거르기 마련?), 대낮에는 호텔 수영장에서 물장구를 치고(한강 수영장을 한번이라도 가 본 적이 있는가?), 간만에 돈 들여 멋진 레스토랑에 가고, 몸치장을 하고 클럽에서 춤추고, 자기 전엔 강변을 따라 걸어보는 것이다. 원래 도시의 일상은 이래야 한다. 만약 마르크스도 수긍할 만한 사회주의가 도시국가에 실현됐다면, 하루 8시간 일하고 8시간 자고 8시간 놀았을 것이다. 노천카페에서 친구 만나고, 클럽에서 춤추고, 서점에서 한가롭게 책 읽으며 8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클라키에서 밤을 새운 뒤, 웬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조깅복을 입고 싱가포르 강변으로 나갔다. 벌써 부지런한 싱가포르 사람들은 열심히 뛰고 있다. 싱가포르 강변은 보타닉 가든과 함께 가장 사랑받는 뜀박질 코스의 하나다. 세상에! 서울에서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아침 조깅을! 한 발 두 발, 어젯밤 흔적이 말끔히 치워진 클라키를 달리기 시작했다.
싱가포르=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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