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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일식집, 회덮밥의 전설

등록 2008-03-05 18:56수정 2008-03-11 16:29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히모스시 초밥, 사바, 회덮밥.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히모스시 초밥, 사바, 회덮밥.
[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 서울 북창동 미조리
조선 중기에 유몽인이 편찬한 설화집 <어우야담>에는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주둔했던 중국 병사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회를 먹는 것을 보고 오랑캐의 음식이라며 더럽다고 침을 뱉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같은 시기에 저술된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도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회를 먹는 것을 보고 웃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논어>에는 중국 사람들이 짐승과 물고기의 회를 먹었다고 하고 공자도 회를 좋아했다고 하는데 그들이 언제부터인가 회를 먹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게 된 이유로 송나라 시대에 역병이 크게 유행하자 그 원인이 회에 있다고 생각하여 그때부터 안 먹게 된 것이라고도 하고, 송대에 석탄의 사용법이 알려지고 화력 요리가 보급되면서 회를 먹지 않게 된 것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동양 삼국 중에서 오늘날 생선회를 흔히 먹는 나라는 우리와 일본뿐이다. 그러나 날생선을 먹는 방식은 우리와 일본이 좀 다르다. 일본 사람들은 생선초밥을 흔히 먹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회덮밥을 즐겨 먹는다. 일본에도 회덮밥이라 할 수 있는 지라시 스시가 있지만 우리의 회덮밥과는 다르다. 우리의 회덮밥은 날생선과 신선한 채소를 같이 비벼 먹는다는 점에서, 요즘 유행하는 웰빙 음식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4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식집 미조리에 가면 맛있는 회덮밥을 맛볼 수 있다. 미조리는 1960년대부터 장안 최고의 일식당으로 알려진 곳이다. 그 무렵에는 박정희 대통령이나 이병철 회장 같은 이들도 이 집의 음식을 가져다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전통의 식당이다. 요즘이야 강남에 화려한 일식당들이 많이 생겨서 그 명성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지금도 미조리에 가면 오래전부터 지면을 통해 낯이 익은 어르신들을 많이 뵐 수 있고 대를 이어서 단골로 다니는 손님들도 흔하다. 미조리의 초밥이나 복지리, 도시락 같은 메뉴야 널리 알려져 있지만 회덮밥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예종석의 맛있는 집
예종석의 맛있는 집
그러나 미조리의 회덮밥은 좀 특별한 데가 있다. 회덮밥은 통상 생선회를 썰다 남은 끄트머리 생선토막을 따로 모아뒀다 만드는 것이 상식이지만 미조리의 주방을 40여년째 한결같이 지키고 있는 이찬구 조리장은 최고 선도의 횟감 광어만을 고집한다. 부드럽고 담백한 광어회에다 질 좋고 신선한 채소를 듬뿍 썰어 넣고 비전의 초고추장으로 비벼 먹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회덮밥은 숟가락 아닌 젓가락으로 비벼야 제맛이 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일본의 항복 조인식을 했던 전함 이름을 상호로 쓰는 정통 일식집에서 우리식의 회덮밥을 먹다 보면 묘한 감회에 잠기기도 한다. 회덮밥 보통은 2만원이고 특은 2만5천원을 받으나, 기왕이면 특을 추천하고 싶다. 미조리의 특에는 항상 가격차 이상의 부가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시청 앞 플라자호텔 후문 쪽 북창동 큰길가에 있으며 전화번호는 (02)778-1131이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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