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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아의 오버는 과연 심한가

등록 2008-03-12 21:10수정 2008-03-21 16:28

너 어제 그거 봤어?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드라마로 보여주는 ‘드라마 만들기’
〈온에어〉에서 사실-거짓의 경계는?

<무한도전>과 <1박2일> 같은 버라이어티 쇼가 인기 있는 이유는 그냥 버라이어티가 아니라 그 앞에 ‘리얼’이라는 말이 붙기 때문이다. 하늘의 별처럼 빛나던 스타가 라면 한 그릇에 치사해지고 동료와 치사한 경쟁심에 불타며 무섭다고 징징댈 때, 시청자들은 그들의 ‘리얼’한 모습을 보면서 환호한다. 설사 그것이 연출된 ‘리얼’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무대 아래의 스타, 조명 밖 쇼비즈니스계의 속내는 언제나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런 궁금증을 드라마의 소재를 끌어온 에스비에스 수목 드라마 <온에어>의 시청률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게다가 첫 회부터 방송사의 이중적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내며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궁금증이 생긴다. 작가는 진짜 저래? 배우는 진짜 저래? 문화방송 시트콤 <소울메이트>를 쓴 작가 조진국(사진 왼쪽)씨와 칼럼니스트 정석희씨가 ‘진짜 저런지’ 얘기를 나눠봤다.

정석희 <온에어>가 시작부터 연말 방송대상의 치사한 술수를 전면에 드러낸 자기 반영적 에피소드를 배치한 게 제대로 먹힌 것 같다. 에스비에스 방송대상에서 2004년에 <파리의 연인> 박신양과 김정은이, 2007년에 <쩐의 전쟁>의 박신양과 <내 남자의 여자>의 김희애가 대상을 공동수상하지 않았나.

조진국 방송사의 연말 수상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건 전 국민이 아는 이야기지. 방송사만 아닌 척할 뿐.


잘 나가는 작가는 다 그런 거야?

맞다. 사실 이건 방송사의 치부를 폭로한다기보다 이미 다 알려진 이야기를 하는 건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솔직함 같은 데 약하다는 걸 오히려 역이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엿보기 심리가 이 드라마를 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다. 물론 이 자체는 허구의 이야기지만 잘나가는 작가 누구는 성격이 까칠하다더라, 어떤 인기 배우는 싸가지가 없다더라 하는 소문이 돌고 도는데, 그걸 마치 실제로 엿보는 것처럼 설정하니까 착각이라도 호기심이 생기는 거다. 스타 작가 서영은(송윤아)은 실제 누구일 거야, 스타 배우 오승아(김하늘)은 누구를 모델로 했겠지 상상하면서 보게 된다.

서영은은 김은숙 작가의 페르소나일 텐데, 또 모든 인기 작가들의 자화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작가가 레드카펫을 밟고 방송사 사장과 함께 방송대상을 시상한다는 건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작가들의 희망사항을 반영하는 것이겠지. 그런데 잘나가는 작가들은 외국에 호화 펜션을 전세 내서 휴가 다녀오고 그러나?

로망인 거지.(웃음) 물론 김수현 작가나 임성한 작가처럼 톱스타 배우보다 많은 돈을 버는 작가들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저는 아직 그 단계에 오르질 못해서 달리 할 말이….(웃음) 수입이나 호화로운 생활보다 오히려 진짜 잘나가서 자신 있게 할 말 다하고, 또 방송사 국장이 나한테 써 달라고 통사정하고, 이런 로망은 모든 방송 작가에게 있지 않을까? 그래서 부럽기는 한데 또 작가가 너무 속물스럽게 나오니까 좀 우려도 된다.


방송국과 화려한 스타의 이면을 드라마 소재로 가져와 화제를 낳은 〈온 에어〉.
방송국과 화려한 스타의 이면을 드라마 소재로 가져와 화제를 낳은 〈온 에어〉.
<온에어>를 보면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게 감독과 작가의 파워 게임이기도 하고, 배우와 매니저의 파워 게임이기도 하고, 방송사와 기획사의 파워 게임인 것 같다.

옛날에는 방송사 피디가 절대적 우위였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신인 작가와 일할 경우 피디 마음대로 그 자리에서 대본을 고치기도 한다. 반대로 작가가 스타면 같이 일하고 싶은 피디를 고르지.

드라마에서 이경민 피디(박용하)에게 연출을 맡긴 이유가 대본 써 오는 그대로 찍어 오라는 말이잖아. 감독의 재량은 전혀 없이 작가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거지.

나도 <소울메이트> 할 때 서너 번씩 대본을 고쳐 쓴 적도 있다. 신인 작가니까 감독에게 맞춰 주는 게 당연하다. 이제는 흠흠, 내 맘대로 해야지,는 아니고(웃음), 어느 정도는 내 주장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1, 2회까지 끝나고 가장 논란을 일으키는 건 송윤아의 연기다. 비난하는 사람들은 오버 연기가 너무 심하다는 거고. 그런데 드라마에서 그걸 원하는 것 같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맥 라이언 느낌이랄까, 귀여운 푼수이면서 지적이고, 자존심도 세고 등등. 소화할 게 너무 많으니까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드라마에서 송윤아가 “나쁜 대본에 좋은 배우 없고, 좋은 대본에 나쁜 배우 없다”라고 말하는데, 적어도 송윤아 연기에는 이 대사를 다시 대입해도 될 것 같다. 대본의 주문사항이 지나치게 많으니까 연기에 과부하가 걸리는 거다.

“얼굴에 분칠한 것들은 믿지마라”

서영은이 이경민 피디와 부딪힐 때의 연기는 좋은데, 귀여운 느낌으로 갈 때는 보는 사람이 좀 민망해진다. 송윤아의 연기력은 대체로 좋은데 이상하게 귀여운 연기에는 좀 약하다.

이범수의 매니저 캐릭터는 <제리 맥과이어>의 톰 크루즈을 떠올리게 한다. <별을 쏘다>에서 박상면이 좀 떠오르기도 하고. 생각해 보니 이범수와 대결하는 매니지먼트사 사장 역의 이형철은 <별을 쏘다>의 이서진과 비슷하네.

이범수가 드라마 속의 어떤 강연에서 자기가 방송 매니지먼트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 들은 이야기가 “얼굴에 분칠한 것들은 믿지 마라”였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나 역시 드라마 시작하면서 처음 들었던 말이 바로 그거였다. 처음에는 배우들을 만난다는 것도 신기하고 또 같이 내 작품을 같이 하니까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 말이 탁탁 머리에 걸리더라.


방송국과 화려한 스타의 이면을 드라마 소재로 가져와 화제를 낳은 〈온 에어〉.
방송국과 화려한 스타의 이면을 드라마 소재로 가져와 화제를 낳은 〈온 에어〉.
그런데 드라마 톤이 대체로 지나치게 높지 않나. 특히 송윤아와 박용하의 대립 장면에서는 너무 지르니까 싸움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

앞으로 더 지를 것 같은데? 가장 건방진 배우와 가장 건방진 작가가 만났는데 아직까지는 탐색전만 벌이고 있으니까.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찍기 시작하면 둘의 대결이 장난 아닐 것 같다. 김은숙 작가는 ‘대사빨’이 좋다. 톡톡 튀면서 재치 있는 대사들을 주고받는 게 탁구 게임을 보는 것 같은 경쾌함도 있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게임 구도 속에서도 맘 편하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조금이라도 배치됐으면 좋겠다. 따라가기 너무 지쳐.(웃음)

<온에어>는 소재로 보나 흥미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나 에스비에스에서 잘할 드라마다. 특별히 어떤 배우나 대사나 눈에 띄지는 않지만 무난하고 재미있게 끌고 나갈 것 같다.

그런데 작가 입장에서 봤을 때 시청률은 생명줄 같은 것이기도 하지만 시청률에 목숨 거는 드라마 만들기 과정을 또 하나의 드라마로 보면서 시청률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더라. 드라마 속에서 송윤아가 자신을 돈만 많이 받는 ‘쌈마이 작가’로 알고 있냐고 묻자 박용하가 그렇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다. 그걸 보면서 좀 쓸쓸했다. 쌈마이 대본을 써야 시청률이 올라가는 것처럼 공식화시키는 것 같아서 말이다.

좋은 작품 완성할 다음 과정 기대된다

대본이 아니라 그냥 칼럼을 써도 요새는 어떻게 쓰면 포털 사이트의 메인 기사에 오를지 대충 알겠다. 누구를 걸고 넘어지고 비난하면 포털에서는 금방 뜬다.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요새는 쓰다 보면 자극적으로 흐르거나 나도 모르게 단어의 어미가 세게 나가다가 ‘내가 미쳤나’ 그러면서 지우고 다시 쓰기도 한다. 그러니 드라마 작가도 시청률을 두고 이런 갈등을 하겠지.

영혼도 중요하지만 입에 풀칠은 해야 하니까. 노희경 작가조차도 시청률에 신경을 쓴다잖아.

<회전목마>를 썼던 고 조소혜 작가가 암으로 투병할 때 암에 걸렸단 사실보다 시청률 안 나오는 게 더 마음이 아팠다는 이야기는 작가의 입장을 잘 보여주는 말인 것 같다. 그래도 <온에어>에서 이 까칠한 사람들이 좋은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봤으면 좋겠다. 다음 회가 기대된다.

정리 김은형 기자

■ 최고의 삽입곡

<무릎팍도사> 추성훈 편에서 추성훈의 노래 <하나의 사랑>

“정말 오랜만에 노래 부르는 남자가 멋있게 느껴졌다. 옛날에는 토크쇼에 출연한 배우들이 정성스레 노래 한 곡씩 부르고는 했는데. 요즘 오락 프로그램도 수다에만 집중하지 말고 근사한 무대를 만들어 주길”(정석희)

“어설픈 한국말로 노래했지만 그 어설픔이 노래하는 사람의 진심과 묘하게 얽혀서 더 근사해졌다.”(조진국)

■ 최악의 삽입곡

<온에어> 대만의 온천에서 이어폰을 꽂고 음치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송윤아.

“어설픈 느낌을 주려고 치밀하게 계산한 게 오히려 시청자의 어색함만 백배 증폭시켰다.”(조진국)

“<프리티 우먼> 하실 나이는 지나지 않았던가요? <미스터 큐>에서 김희선과 부딪치며 빛났던 카리스마를 다시 보여 주세요.”(정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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