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의 말달리자
[매거진 Esc]탁현민의 말달리자
공연이든 행사든 이런 것들을 기획하다 보면 꼭 빠질 수 없는 것이 누군가의 한 말씀이다. 시장님, 사장님, 정치인, 유명인사 누구누구 여하튼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 참석하셨다는 이분들을 무대 위로 올려야 하는 상황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빛내주러 오신 저명, 고명하신 인사들로 말미암아 자리의 빛이 확 죽어 버리곤 한다는 데 있다. 놀랍도록 길고 지루한 이야기들과 분위기와 맞지 않는 농담을 늘어놓거나 심지어는 예정에도 없는 다른 사람을 소개하며 스스로 사회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으시다. 인기 절정의 톱스타들도 3~4분 이상 혼자 말하면 지루하기 마련인데, 대체들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 모를 일이다.
행사를 연출하는 처지에서 말씀드리자면, 효과적인 연설을 위해서는 분위기 파악이 먼저다. 공식적인 자리인지, 유흥 자리인지 등등 상황에 대한 판단을 먼저해야 한다. 그 다음은 시간 엄수. 행사를 준비하는 쪽에서 할당한 시간을 지켜주는 편이 현명하다. 여기에 제발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을 생각일랑 하지 마시길 권한다. 말이 글의 가장 큰 차이는, 글이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수단이라면 말은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소통시킨다는 데 있다. 비록 혼자 말하고 다수가 듣는다 하더라도, 서로의 눈을 맞추고 생각들을 소통시키겠다는 의사도 없이 그저 읽어 내려가면 아무도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일전에 어떤 행사에서 소설가 조정래 선생에게 한 말씀을 부탁한 적이 있다. 가수와 명사들이 번갈아 나오며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그런 콘셉트였는데 한 분당 3분씩 시간을 드렸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들 길고 지루하게 읽어들 대시는지 ‘깝깝’했다. 그때 조정래 선생은 유일하게 그 3분을 정확하게 맞추시며 이렇게 말했다. “대하소설을 세 권이나 쓴 저에게 3분은 너무나 가혹합니다. 하지만 3분이면 제가 하고픈 말 다하고 다음 분을 소개하기는 충분합니다.”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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