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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탕질 하는 듯한 즐거운 전개

등록 2008-05-07 18:54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두 남편〉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두 남편〉
[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두 남편〉
조르지 아마두 지음, 열린책들 펴냄

방중술의 예술가 바지뉴가 죽었다. 고작 서른한 살의 나이에, 카니발 기간 여장을 하고 삼바를 추다 갑자기 죽어버렸다. 그의 아내이자 요리 학교 선생인 도나 플로르는 장례식을 앞두고 알몸으로 철제 침대에 누운 남편을 보며 ‘그의 품에서 까무러치는 일은 다시 없을’ 것임을 깨닫는다. 도박과 술, 분탕질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남편이었지만, 한량이라는 말로는 다 못할 놀기 좋아하는 바람둥이였지만, 잠자리는 어찌나 좋았던지! 감각적인 요리사였던 도나 플로르는 두 번째 결혼을 해 행복하게 살지만 도저히 전남편의 열정을 잊을 수가 없다. 도나 플로르는 전남편을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다시 불러내고, 두 남편과의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한심할 정도로 남성 중심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들이 있지만(남편이 때려도 돈을 갈취해도 섹스로 녹아내린다니!), 어찌 보면 그렇기 때문에 관습적이고 문화적이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세계에서 맛볼 수 없는 토속적이고 해학적인 즐거움을 이 책에서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두 남편>의 무대가 되는 곳은 브라질 북동부 바이아 주로, 이곳은 작가 조르지 아마두의 고향이기도 하다. 삼바의 성지인 이곳은 한때 노예무역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아프리카적 성격이 강한 브라질 도시의 면모를 갖게 되었다. 당연히 이 책에서도 그런 ‘아프로브라질’(Afro-Brazil)적인 특징이 드러난다. 더운 숨을 불어넣는 듯한 젖은 밤공기 속에 나른한 눈으로 남자를 흘끗거리는 여자들과 무례할 정도로 자신만만한 남자들이 몸을 섞는다.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도나 플로르가 요리에 재능을 가진 사랑스러운 여인이라는 설정을 십분 따른 감각적인 표현 역시 매혹적이다. “당신 젖가슴은 아보카도야.” “꿀과 후추, 생강맛” 같은 구절을 읽으면 코끝으로 알싸한 향이 저릿하게 느껴지는 식이다. 마침내 무덤에서 불려 나온 전남편과 바람을 피운 도나 플로르는 잠자리 빼놓고는 흠잡을 게 없는 남편을 적극적으로 이끌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은 무례하고 사랑스럽고, 추잡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능숙하게 조리하는 조르지 아마두의 이야기 솜씨 덕에 분탕질하듯 즐겁게 진행된다.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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