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은 계절마다 바뀌는 자연풍광, 동물원과 놀이공원 그리고 다양한 인물을 포착할 수 있는 사진 명소다. 2007년 10월.
[매거진 Esc] 곽윤섭의 사진명소 답사기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것이 좋은 사진이냐는 각자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고르는 것도 어느 한 부류로 제한할 수 없다. 풍경이나 접사를 좋아하는 사진가도 있고 거리나 시장 등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는 사진가도 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사진가들의 입맛을 두루 충족시키는 곳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서울 광진구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은 그런 점에서 팔방미인이라 할 만하다. 그곳엔 동물원, 식물원, 놀이공원이 두루 있다. 1973년 당시 동양 최대 규모로 개장했고 2006년 10월부터 무료입장으로 전환했다.
사진 명소로서 어린이대공원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꽃과 나무가 많아 계절별로 풍광을 찍기 좋다는 점을 들만 하다. 또 놀이공원의 단골 품목인 대관람차·회전목마 등은 배경으로 찍든 그 자체를 주피사체로 담든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구조물이다. 동물원에선 코끼리·사자·호랑이 등을 볼 수 있다. 200밀리 망원렌즈가 없다 해도 프레임에서 존재감을 찾을 만한 크기로 찍으면 된다. 코끼리 아저씨가 간혹 울타리 쪽으로 올 땐 알맹이를 더 크게 찍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여러 이유로 동물원이 싫은 사람이 있다면 식물원을 추천한다. 비로야자·카나리아야자처럼 높이가 15미터에 이르는 교목은 그 높이때문에 곧잘 카메라를 든 팔과 그 팔을 지탱해주는 목과 허리가 아프기도 하다. 이럴 때는 그 고통을 피하기 위해 150년 된 서나무 분재 같은 아기자기하고 키가 작은 분재를 찾아 찍는 것도 좋다. 지금 방문한다면 6월 초까진 대롱대롱 매달린 담홍색 금낭화를 발견 할 수 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잘못 알려진 상식과 달리 콤팩트카메라로도 접사를 찍을 수 있으니 장비 타령만 하진 말자. 손톱보다 작은 꽃을 세숫대야만하게 찍을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각자 가진 카메라로 저마다 접사를 즐길 수 있다.
어린이대공원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주말엔 부모 손 잡고 나온 아이들이 넘쳐난다. 사진가의 영원한 단골 테마 중 하나인 어린아이들이 밝은 색 옷을 입고 기분 좋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사방에서 발견한다. 자연과 인공구조물이 아우러진 배경이 곁들여져 금상첨화다. 물론 배경이 많으면 사진의 구성이 어지러울 가능성이 있으니 주피사체와 배경의 구분에 살짝 신경을 써주는 감각도 필요하다. 아이든 어른이든 모르는 사람을 찍을 땐 초상권과 인격을 존중하는 자세가 생활사진가의 기본이다. 천하의 매그넘 사진가들도 예의를 존중해 상대방이 싫다면 찍지 않는다.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유탄을 맞았던 어린이대공원 쪽은 지난 14일 에이아이 음성 판정을 공식 발표하고 안전지대임을 선언했다. 5월 말 현재 모든 시설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 자세한 안내는 대공원 홈페이지(www.sisul.or.kr/sub05/index.jsp).
글·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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