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마감에 이르는 길은 고독하고 험난하다. 올림픽 종목으로 말하면 장애물 경주에 비견된다고 할까. 노트북을 켜면 울리는 출발 총성, 그리고 최초로 눈앞에 나타나는 장애물은 이메일. 업무에 필요한 정보들이 빼곡한 이메일 박스가 업무에 무슨 장애물인가 싶겠지만, 문제는 정보를 가장한 스팸메일이다. ‘여름맞이 90% 세일’이라는 제목에 열어보지 않을 수 없고, 스팸인 거 알면서도 ‘올여름 함께 휴가 가고 싶은 연예인 1위?’이라는 제목에 흔들리며, 아닌 거 알면서도 ‘백화점 상품권이 도착했습니다’라는 안내문에 넘어간다.
그렇게 20~30분을 보내며 반으로 꺾인 노동의욕을 추스르고 인터넷을 열면 쏟아지는 뉴스들은 두번째 장애물이다. 엽기적인 사건·사고야 그렇다 쳐도 왜 마우스는 ‘브랜절리나’ 커플의 출산 소식이나 ‘스타 다이어트 비포 앤 애프터’를 향해 돌진하는 것인가. 연예뉴스와 깜짝뉴스의 바다를 헤엄치다 가까스로 빠져나올 무렵 저 멀리 아래에서 반짝이는 메신저 창. 기자에게 중요한 건 네트워크라는 사명의식으로 담소를 나누다 ‘수고~’를 치고 나면 2교시 마친 고딩처럼 허기가 진다. 한심하다고 손가락질하시는 견실한 직장인 여러분, 본인의 장애물 숫자도 체크해 보시길.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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