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드서핑을 즐기는 리푸섬의 청소년들.
[매거진 esc]
사시사철 봄을 자랑하는 희귀한 식물의 박물관, 뉴칼레도니아에서 해양레저까지 즐기기
사시사철 봄을 자랑하는 희귀한 식물의 박물관, 뉴칼레도니아에서 해양레저까지 즐기기
유네스코는 지난 7월 8일 뉴칼레도니아 섬의 60%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총면적 2만4천㎢에 이르는 산호초와 석호 등 빼어난 자연경관과 희귀 식물군을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뉴칼레도니아의 진가를 공식 인정한 셈이다. 아름다운 섬들과 투명한 바다, 신비롭고 황홀한 숲을 거느린 섬인데 날씨는 사철 봄날이다.
세계 식물학자들을 끊임없이 흥분시키네
뉴칼레도니아 여행자들의 대부분은 바다 경치에 관심을 갖는다. 섬을 둘러싸는 라군(석호) 지역이 환상적인 물빛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10년 경력의 가이드 프랑수아(37)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뉴칼레도니아는 희귀 식물들로 가득 찬 놀라운 섬이다. 이 섬의 원시림을 즐겨 보라.”
뉴칼레도니아는 남태평양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사이 북쪽에 있는 섬(프랑스령)이다. 남한 면적의 5분의 1 가량이다. 길쭉한 바게트 빵을 닮은 본섬 그랑테르와 일데팽, 리푸, 우베아, 마레 등 작은 섬들로 이뤄졌다. 본섬 그랑테르는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일부였다. 빙하기가 끝나면서 수면 상승으로 섬이 됐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주변의 다른 섬들과 달리 다양한 고대 생물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네번째로 다양한 생물종을 보유한 섬이다. 4만여종의 식물 중 뉴칼레도니아 특산 식물이 3천여종에 이른다.
그랑테르의 남부, 수도 누메아에서 차로 한시간 반 거리에 식물자원의 보고로 불리는 블루리버 공원이 있다. 다양한 아열대 식물들이 우거진 1만5천900㏊의 자연보호구역이다. ‘에코투어리즘의 전도사’ 프랑수아가 자신의 차에서 가져온 상자를 열어 보여줬다. 각양각생의 솔방울과 나뭇잎들이 가득 들었다.
“이 길쭉한 솔방울이 2억2천만년 전 지구상에 처음 출현한 소나무 아로카리아의 솔방울이다. 이 나무가 진화를 거듭해 다양한 모양의 솔방울과 솔잎을 가진 소나무들이 나타났다.”
지구상에 남은 아로카리아(원통소나무) 19종 가운데 13종이 뉴칼레도니아에만 있다. 이 나무가 추운 곳에선 잎이 뾰족한 소나무로 진화했고, 따뜻한 지역에선 잎이 납작한 카우리 소나무로 진화했다고 한다. 전세계에 있는 10종의 카우리 나무 중 5종이 뉴칼레도니아에만 산다.
이런 희귀한 식생을 이룬 것은 철분이 다량 함유된 특이한 산성 토양 때문이라고 한다. 프랑수아는 “이곳 토양 성분이 중생대 쥐라기 시대의 토양과 같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고 말했다.
프랑수아가 어두컴컴한 숲길로 차를 몰며 말했다. “뉴칼레도니아는 세계 식물학자들에게 ‘꿈의 섬’이다. 해마다 100여종의 새 식물 종이 발견돼 이들을 흥분시킨다.”
블루리버 공원엔 수백년 이상 된 카우리나무들이 즐비하다. 숲길에서 만난 1천살 된 카우리나무는 높이 40m, 가슴높이 지름 2.7m, 중심기둥 높이만 20m에 이르는 거목이었다. 최근 700살 이상 된 카우리나무 350그루가 새로 발견됐는데, 이 중 하나는 나이가 4500살로, 밑둥 굵기는 어른 24명이 둘러싸야 할 정도라고 했다.
2차대전 때 연합군 주둔지… 쑥대밭 위기 넘겨
댐을 막아 만들어진 야테호수는 ‘물에 잠긴 숲’으로 불린다. 고사목들이 빽빽하게 박혀 신비감을 준다. 이 호수로 흘러드는 물길이 ‘블루 리버’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골짜기의 깨끗하고 투명한 물길을 떠올리게 한다.
프랑수아가 숲길에서 차를 멈추고 내렸다. “꾸, 꾸, 꾸….” 입으로 숲을 향해 독특한 소리를 냈다. 뉴칼레도니아의 ‘나라 새’ 카구를 부르는 소리다. 모리셔스에 사는 도도새처럼 날지 못하는 새다. 1년에 한 개의 알만을 낳아, 번식이 잘 안되는 희귀조다. 프랑수아의 유혹에 서너 마리의 카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2~3m까지 접근해도 개 짖는 소리를 내며 흠칫 놀랄 뿐 멀리 도망치지는 않는다. 프랑수아는 “현재 400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종”이라고 말했다.
블루리버 공원의 야테호수를 카누로 둘러볼 수도 있다. 계곡의 캠핑사이트에서 불을 지피고 커피를 마시며 숲의 바람에 몸을 맡기면 푸른 계곡 물소리가 또렷이 들려온다.
수도 누메아 부근 쿠기산에서 트레킹과 나무타기 체험을 즐겨도 좋다. 거대한 ‘반얀트리’ 우거진 숲길을 따라 15분~3시간짜리의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마련돼 있다. ‘쿠기 공원 어드벤처’에선 밧줄과 도르레, 구름다리, 나무계단 등으로 연결된 모험시설을 이용해 매달리고 걷고 줄타고 질주하며 숲을 즐길 수 있다. 예약하면 산 중턱의 ‘새 연구가들을 위한 오두막’이나 거대한 고사목 위에 지은 ‘나무 위의 집’에서 숙박도 할 수 있다.
뉴칼레도니아의 원시림도 전쟁으로 쑥대밭이 될 위기를 겪었다. 이곳은 2차대전 당시 남태평양에서 가장 큰 연합군 주둔지였다. 프랑수아는 “당시 첫날 하룻동안 5만명의 군인들이 들어왔는데, 그때 이곳 주민 수는 1만1천명이었다”고 말했다. 많을 땐 무려 120만명이나 주둔했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포격을 받지 않은 채 전쟁이 끝나 섬은 살아 남았다.
뉴칼레도니아 여행자들은 대부분 수도 누메아에서 비행기로 20분~1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섬들로 들어가 바다 경치를 즐기며 쉰다. 본섬 그랑테르의 동남쪽에 딸린 일데팽·리푸·우베아·마레 등 로열티 군도로 불리는 섬 무리다.
24년째 뉴칼레도니아에서 사는 우승철씨가 말했다. “이 곳에선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릅니다. 나는 이걸 즐기기 위해 이곳에서 삽니다.”
그는 많은 여행자들이 빠듯한 일정으로 바쁘게 돌아다니는 걸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한 곳에 처박혀 오래 머물면서, 그곳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즐기며 푹 쉬다 가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본섬 남쪽에 있는 일데팽은 여행자들에게 ‘오래 머물며 푹 쉬는 곳’으로 가장 있기 있는 섬이다. 일데팽이란 소나무 섬이란 뜻이다. 르 메르디앙 등 고급 리조트가 들어서 있어 신혼부부들도 편안히 휴식을 즐길 수 있다.
피로그라 불리는 전통 목선을 타고 나가 물빛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우피만을 둘러볼 만하다. 섬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10대의 목선이 수시로 여행객을 싣고 뱃놀이를 떠난다.
로열티 군도의 열대어들과 스노클링을
울창한 소나무숲 사이로 난 물길을 따라 30분쯤 걸으면 내륙 속의 천연 수영장인 오로 호수가 나온다. 뾰족한 모양의 키다리 소나무들로 둘러싸인 널찍한 바닷물 호수다. 밀물 때면 바닷물이 들어와 일정한 수심을 유지하는 이 곳엔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바글거린다. 리조트에서 장비를 빌려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리푸는 일데팽에 비해 관광객이 덜 몰리는 비교적 한적한 섬이다. 샤토브리앙 해변과 루엥고니 해변의 연초록 바다빛깔이 눈부시다. 루엥고니의 마을에선 전통음식 ‘분야’를 맛볼 수 있다. 고구마·감자·닭고기·바나나 등을 바나나잎에 싼 뒤 땅을 파고 불에 달군 돌과 함께 묻어 익힌 것이다.
우베아는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 섬이다. 1960년대 일본의 모리무라 가쓰라가 이 섬을 배경으로 쓴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란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인기 여행지로 떠오른 곳이다.
뉴칼레도니아=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블루리버 공원의 1천살 된 카우리나무와 가이드 프랑수아.
블루리버 공원 야테호수에 잠긴 고사목들.
(왼쪽부터) 누메아 앞바다 메트르섬에서 본 노을. 일데팽에 있는 카누메라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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