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불국사
[매거진 esc] 수박 겉핥기로 지나갔던 수학여행지를 다시 가보면
경주 불국사(사진), 진주 촉석루, 순천 낙안읍성, 남해 보리암, 부산 해운대, 안동 도산서원, 설악산 …. 어떤가? 너무 익숙해서 식상하게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곰곰이 따져보면 이 가운데 제대로 여행해 본 곳이 겨우 한두 군데 정도지 않은가?
원인은 학창 시절 수학여행에 있다. 경북에서 자란 나는 초등학교 때 경주, 중학교 때 강릉과 설악산, 고등학교 때 진주성과 송광사로 수학여행을 갔다. 그 당시 그곳들이 어땠는지,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밤에 친구 얼굴에 치약을 바르던 일, 선생님 몰래 맥주 캔을 숨겨 들어가 나눠 마시던 게 더 생생하다. 누구에게나 수학여행지는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낯설다. 분명히 가본 곳인데 여행지에 대한 기억보다는 다른 에피소드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학창 시절 수박 겉핥기로 지나갔던 그곳을 다시금 가보면 완전히 새로운 곳이라는 데 놀란다. 빛바랜 사진첩에 갇혀 있던 곳들이 마치 리모델링을 거치고 난 듯 산뜻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한국인이라면 꼭 가봐야 할, 필수 여행지로만 꼽아 놓고 있다. 전국일주 코스는 유명 수학여행지를 동선에 따라 맞춰 놓은 듯한 느낌이다. 수학여행지였던 그곳들을 그저 귀에 익숙하다는 이유로 거들떠보지 않고 새로운 곳만 찾아다녔다면 다시 한 번 가보라. 왜 그곳들이 유명한지, 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으로 꼽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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