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고 학생들이 식사하는 모습. 고교생에게 학교는 공부하는 곳 이상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무엇을 먹는지 알고 있을까?
[매거진 esc]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서울 남강고 급식 탐방… 교육청 지원 예산 줄어 직영 전환 어려워져
서울 남강고 급식 탐방… 교육청 지원 예산 줄어 직영 전환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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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연 급식 담당 교사 : 2004년부터 선생님·학부모 사이에 직영 의견이 있었습니다. 2007년 교사와 학생들이 급식에 불만을 터뜨린 사건도 계기가 됐죠. 2008년 직영으로 전환했습니다. 학교도 적극적으로 급식을 지원했죠. 무엇보다 식재료에 불만이 있었습니다. 당시 급식을 맡은 위탁업체가 학교 쪽에 보고한 식재료 공급업체가 얼마 뒤 말없이 바뀐 적이 있었습니다. 식재료를 믿을 수 없었죠. 메뉴도 불만이었습니다. 위탁급식 땐 냉동식품 튀김요리가 너무 많다고 느꼈습니다. 직영 뒤 더 좋은 식재료를 더 싼 값에 살 수 있었습니다. 위탁 급식업체는 김치를 1㎏당 4300원 정도에 구입한다고 학교에 보고했습니다. 직영 전환 뒤 똑같은 업체에서 제게 똑같은 김치를 1㎏에 3000원에 공급하겠다고 하더군요. 위탁업체가 지나치게 많은 이윤을 가져가지 않았나 의심할 수밖에 없죠. 지금은 이윤을 남기는 대신 더 좋은 식재료를 삽니다. 채소는 거의 무농약 제품을 쓰고 쌀은 저농약 제품입니다. 당시 남강중고의 급식을 공급했던 ㄷ업체에 조 교사의 지적에 대해 질문했으나 답하지 않았다. 남강중 760명, 남강고 1450명과 교직원 150여명이 매일 학교에서 식사를 한다.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저녁까지 먹는다. 정영옥 영양사와 조리사 등 20여명이 매일 3000끼니 이상을 책임진다. 3월13일 점심 식단은 친환경흑미밥·닭곰탕·순대야채볶음·오븐순두부계란찜·깍두기였다. 점심·저녁 일인당 한 달 식비는 약 12만원이다. 직영에 반대했던 선생님들도 호의적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6월 설문조사에서 교직원 74명 가운데 65명이 위탁 때보다 식사가 좋아졌다고 답했다. 선생님과 학생이 똑같은 음식을 먹는다. 윤정로 교장과 이성룡 교감도 직영 급식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더 좋은 밥을 먹으면 더 좋은 성적이 나온다는 철학에서다. 전국적으로 학교급식의 직영 비율은 90%쯤 되지만 서울은 10% 정도다. 학교가 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하면 교육청에서 1억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13일 예산 삭감으로 직영 전환 예정이던 중·고교 217곳 가운데 66곳만 전환할 수 있게 됐다. 김신 요리사(이하 김) : 10여년 만에 급식을 먹어 보는군요. 학생들 잔반 처리도 선생님들이 지도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밥상 교육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권도일 급식 담당 교사 : 중요한 건 학교에서 급식을 바라보는 의식입니다. 급식 담당 교사 2명을 빼고 나머지 선생님들은 밥만 잘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쉽죠. 잔반 처리에 대해 교육한 적도 없고요. 그전에 영양사는 위탁업체 소속이었다. 지금은 학교에서 고용한다. 식재료 주문, 레시피 작성, 예결산 등 중요한 구실을 맡는다. 2명의 급식 담당 교사가 돕는다. 남강중고는 급식 담당 교사에게 담임을 맡기지 않는다. 정영옥 영양사 : 한 끼니에 867㎉가 되도록 식단을 짭니다. 메뉴에 따라 열량이 조금 변하지만 930㎉를 넘진 않아요. 중학생이 같이 먹는 걸 고려한 열량이죠. 김 : 남자학교인데 식단 작성할 때 우선하는 기준이 있습니까? 영양사 : 우선 고기를 챙기죠. 또 애들 기호를 많이 봐요. 학생들이 생선이나 바다 냄새 나는 음식을 싫어해요. 좋아하는 음식을 고려하되 건강에 좋은 생선을 정기적으로 넣죠. 대신 조림이 아니라 구이로 줘요. 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보쌈과 훈제 오리고, 잔반 많은 음식은 생선이랑 오징어예요. 김 : 그 나이엔 생선을 많이 먹어야 하는데…. 영양사 :다른 고등학교도 생선이 별로 없을 거예요. 요즘 애들이 워낙 생선을 안 먹어 버릇하니까요. 그나마 학생들이 좋아하는 생선은 연어·갈치·가자미·방어살이에요. 생선을 싫어하니 살만 떼서 오븐에 구워 줘요. 타르타르 소스(마요네즈·피클·양파·파슬리 등으로 만드는 소스)를 얹죠. 갈치도 좋아하는데 구이로만 먹어요. 그래서 생선이 반찬으로 나가는 날엔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다른 국이나 반찬을 줘요. 제가 메뉴를 보면 중식이 좋은데 아이들은 저녁밥이 더 좋대요. 김 : 자장·고구마롤가스·어묵국·달걀프라이·수제 돈가스 등의 식단이 들어가서 그렇군요. 일이 아주 많으실 것 같습니다. 영양사 :새벽 5시에 나와 저녁 8시에 들어가요. 매일 식재료를 검수하니 일찍 나와야 해요. 생선·채소·전통한식을 싫어하고 패스트푸드에 길든 입맛은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 학교나 특목고도 차이가 없었다. 압구정동 어느 고등학교의 3월 2주간 중식 식단을 봤더니 생선가스를 빼고 생선 요리가 없었다. ㅇ외고의 3월 2주간 점심 식단에도 방어구이가 한 차례만 나왔다. 그 외에는 참치완자전이나 낙지볶음 등 짜거나 달콤하게 조리한 해산물 요리가 나왔다. 파르페·할라피뇨·케이준 샐러드 등의 메뉴도 눈에 띄었다. 정명옥 영양사(학교급식 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빈부차를 떠나 애들 입맛이 점점 가공식품에 길들여지고 있다. 학교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자료를 보면, 이른바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의 고교 등 대부분 점심 식대가 2700원 안팎이었다. 고교 290여곳 가운데 한 끼에 3000원 이상은 10여곳이었다. 외고 5곳은 전부 위탁급식이며 값은 2700원 안팎인 곳이 많았다. 과학고 3곳은 전부 직영이었으며 가격은 3700~4000원이었다. 문득 영국의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학교 급식을 직접 먹어 보고 개선하는 한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유명 요리사가 만든 샐러드를 맨체스터의 학생들은 먹지 않았다. 제이미 올리버는 윙너겟만 찾는 아이들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김신 요리사는 “단체 급식은 구어메이(gourmet·미식)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이미 올리버를 울렸던 아이들의 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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