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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독한 상대, 돈

등록 2009-04-15 17:43

[매거진 esc] 싸움의 기술
최근에 고사를 지낸 친구가 곧 영화 촬영을 시작한다. 아침에 이 판에서 선량하기로 이름난 ㄱ감독에게서 문자가 왔다고 한다. “이제부터 자본과의 싸움이군요. 파이팅!” 즉 요즘 같은 상황에 영화 찍는 것은 돈과의 처절한 싸움이라는 골자다. 인간과의 싸움은 인간적이기나 하지, 돈과의 싸움은 피도 눈물도 없으니 맥도 못 추기 마련이다.

이 친구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상황이라 밤에 잠도 못 잔다고 했다. 어떤 이는 불면증 치료약을 받아놓고 무서워서 못 먹는다고 했다. 그 누가 알 수 있으랴, 이 초조하고 피 말리는 시간을. 영화 한 편에 많게는 80여명의 스태프가 한 곳을 향해서만 전진해 가야 하는데 그 전진을 위해선 가장 큰 싸움은 돈과의 싸움이다. 오랜 시간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감독과 싸우고 작가와 싸워도 그것은 인간적이다. 캐스팅을 위해 배우와 만나서 이것저것 맘고생하면서 진행해도 그것도 인간적이다. 문제는 돈. 그 지속적이고도 안전한 자본을 끌어들여 영화를 찍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곳을 찾아다녀야 하고 타이밍을 맞추어야 하는가.

피 말리는 상황에 나날이 얼굴이 반쪽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니 두렵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인간과 싸우는 난 그나마 안전지대다. 돈과 싸우는 최전선의 프로듀서들의 얼굴을 볼 때 그들은 자신을 보호할 무엇도 없이 달려가는 거 같다. 많은 동료들이 왜 종교를 가지는지, 왜 야구나 등산에 미치는지 알겠다. 그것은 돈과의 화해가 아닌 돈 앞에 늘 싸워야 하는 인간들의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니까. 최근 본 영화 <똥파리>의 뒤풀이에서 들은 이야긴 짠하기 그지없다. 감독이 급기야 전세금을 빼서 제작비에 넣고 때로는 스태프의 휴대폰이 끊기기도 하고…. 다행히도 3년간 한 고생이 영화 속에서 빛을 발했다. 스크린을 위해 돈과 싸우는 미친 인간들의 에너지는 빛난다.

김정영/오퍼스픽처스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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