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텔 한석원 주방장의 모리바시
[매거진 esc] 너는 내운명
조선호텔 한석원 주방장의
모리바시 90㎝ 길이의 모리바시(오른쪽 사진 맨 아래)를 오른손에 쥔다. 30명이 넘는 일본인 요리사들의 눈이 왼손의 모리바시와 오른손의 50㎝ 길이 회칼에 쏠린다. 손을 대지 않고 붕어를 회 치는 게 어려운 건 몸에 꼭 끼는 유타카 때문만은 아니었다. 실제 주방에서 사용하는 모리바시보다 세 배 긴 모리바시는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조심스레 손가락에 힘을 줘도 붕어 옆구리에서 미끄러지기 일쑤다. 손을 대지 않고 긴 모리바시만으로 생선을 회 쳐 그 위에 보기 좋게 오이를 올려야 한다. 모리바시는 음식을 용기에 담을 때 쓰는 젓가락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쓰는 와리바시는 ‘붙어 있는 젓가락’을 뜻한다. 일본 요리사들은 동문수학한 스승과 동료가 유대 모임인 가이(會)를 만든다. 오야지(우두머리)와 선배들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는 일종의 ‘칼 의식’이 호초시키(包丁式)다. 스즈키가 오야지인 이 모임에 한국인이 호초시키를 한 건 서울웨스틴조선 일식당 스시조의 한석원(45) 주방장(사진)이 전무후무했다.
조선호텔 요리사 한석원 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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