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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인 하나’로 나만의 목소리 읽게

등록 2010-04-28 19:10수정 2010-05-02 13:31

제2기 하니포토워크숍 참가자 작품/강한솔 〈컬러링〉
제2기 하니포토워크숍 참가자 작품/강한솔 〈컬러링〉
[매거진 esc] 하니포토 워크숍
사진이 이야기 들려주는 포토스토리 문법
포토저널리즘의 역사에선 1936년 사진 화보 잡지 <라이프>가 창간된 이래 사진 중심 잡지들이 쏟아졌던 시기를 황금기라 부른다. 물론 <라이프>가 어느날 천지개벽하듯 탄생한 것은 아니다. 사진 발명 초기부터 사진은 기록이란 속성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미 19세기 중반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최초의 종군사진가라고 부를 수 있는 매슈 브래디가 전쟁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적이 있다. 그때까지 가장 보편적인 시각매체였던 회화는 기록이란 측면에서 사진과 경쟁이 되질 못했다.

하니포토 워크숍 2기 ‘안동의 어제와 오늘’

현장 고발 등으로 황금기

이후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동안 사진은 더욱 무대를 넓혀나갔다. 뉴욕 빈민가의 생활상을 담은 사진집 <나머지 절반은 어떻게 사나>를 펴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켜 빈민정책 변화에 기여한 제이컵 리스와 아동노동의 실태를 사진으로 알려 아동보호에 대한 법을 새로 제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 루이스 하인 등의 활약에서 보듯 사진은 ‘포토캠페인’의 임무를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이에 따라 사진의 영향력에 눈을 뜬 대중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라이프>와 <룩> 같은 잡지들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명재권 〈네 속살을 보여줘〉
명재권 〈네 속살을 보여줘〉
황예함 〈이명〉
황예함 〈이명〉
박찬호 〈혼돈과 질서〉
박찬호 〈혼돈과 질서〉

<라이프>는 글이 아닌 사진을 중심으로 만든 화보잡지였던 만큼 사진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사진의 게재 방식에도 획기적인 변화의 틀을 잡아나간 계기가 되었다. <라이프>의 창간과 더불어 보는 사진에서 읽는 사진의 문화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엮음사진에 의한 포토스토리(혹은 포토에세이)의 전성기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포토저널리스트들이 모두 <라이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라이프>를 들락거린 역대 사진가들 중에서도 특히 포토스토리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쌓은 사진가는 유진 스미스(1918~1978)다. 그는 시골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시골의사>를 비롯해 <스페인 마을>, <슈바이처 박사> 등 불멸의 엮음사진을 개척해나가면서 포토스토리라는 장르를 굳혀나간 인물이다. 이후 1970년대에 텔레비전 시대가 오면서 화보잡지의 영향력은 급속히 약화되었고 포토저널리즘의 시대는 점차 막을 내리게 되었다.

박은미 〈멈춰진 시간〉
박은미 〈멈춰진 시간〉
김철환〈노동〉
김철환〈노동〉
이형주 〈2010 안동〉
이형주 〈2010 안동〉

디지털시대로 부활

일부 소수만이 사진을 찍던 과거와는 다르게 디지털시대가 열리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21세기에 다시 사진이 사회문화현상 차원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잘 찍은 한 장의 사진’이 넘쳐나고 있다. 카메라와 렌즈가 좋고 사진 찍기 좋은 장소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대로 전파되고 있어서 누가 찍든 비슷해 보이는 사진이 속속 등장하게 되자 잘 찍은 사진, 좋은 사진에 대한 정의 자체가 흔들리는 지경에까지 온 것이다. 한 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주 제한적이며 개인적 특성을 담아내기도 어려워진 것 또한 역설적으로 디지털시대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다시 포토스토리 같은 엮음사진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포토스토리의 개념은 매우 혼용되어 쓰이고 있다. 단순한 접근법에 따르면 한 장이 아닌 여러 장의 사진을 모두 포토스토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한 장짜리 사진은 포토에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등 혼란스럽다. 그렇지만 과거 <라이프> 시대에 통용되던 엮음사진의 방식을 이 시대에도 그대로 답습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특히 뉴스에 사진을 공급하는 포토저널리스트가 아닌 생활사진가들에겐 일상생활과 주변을 기록하는 데 적절한 형식이 있어야 하겠다. 전몽각 선생의 사진집 <윤미네 집>은 그의 딸 윤미가 태어날 때부터 시집가는 날까지를 기록한 가족사진집이지만 훌륭한 포토스토리라고 볼 수 있다.

한정아 〈스마일 어게인〉
한정아 〈스마일 어게인〉
하정탁 〈강산〉
하정탁 〈강산〉
이동준 〈고택과 나무〉
이동준 〈고택과 나무〉

엮음사진도 가지가지

엮음사진의 종류는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1. 화보 | 예를 들자면 봄이 와서 들판에 핀 여러 가지 모양과 색깔의 꽃들을 여러 장 모아서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올린다면 화보라 부를 수 있다. 꽃 사진의 나열은 예쁘지만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끌어내기엔 부족할 것이다. 포토스토리라고 볼 순 없다.

2. 시리즈 사진(photo sequence) | 연속적인 상황에 대한 사진들. 예를 들자면 매일, 매주 혹은 정기적이든 부정기적이든 간격을 두고 하나의 상황이나 대상을 관찰해나가는 기록의 연속이다. 굳이 결말을 보여주지 않아도 좋고 진행형 자체로 완결지어도 좋다. 몇 달씩 한가지 사안에 매달리기 어려운 생활사진가들에겐 이런 방식도 유용하다.

3. 포토스토리 | 포토스토리는 테마가 있고 이야기 전개가 있으며 갈등구조, 문제 해결과 결말이 모두 사진으로 표현될 수 있는 여러 장짜리 사진을 말한다. 마치 기승전결이 있는 소설의 구조와 같다. 사람이든 무생물이든 주인공을 두고 풀어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 포토에세이 | 에세이는 수필이다. 소설과 달리 수필은 특정한 결말이 없어도 좋다. 딱히 갈등이나 위기가 없이 주절주절 이어나간다. 하나의 사안을 두고 풀어나간다는 점에선 포토에세이도 이야기를 담고 있어야 하며 스토리와 유사하다.

△ 이종훈 <나무>

△ 성시헌 <금소리의 세 아가씨>

△ 나형균 <사랑의 흔적>

△ 유정열 <안동>

어떤 방식을 따르든 사진가의 관점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해 사진을 생산한다는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사진가는 여러 장의 사진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면서 고유한 목소리를 보여줘야 한다. 사진에서 목소리는 앵글, 관점, 접근방법 등으로 구현된다. 엮음사진에선 낱낱의 사진이 독자적으로 기능해서는 안 된다. 물론 한 장씩의 사진이 모두 완성도가 높다면 더 좋긴 하겠지만 하나만 떼어 놓고 볼 때 멋진 사진이 아니어도 좋다. 순서에 맞춰 여러 장을 늘어놓았을 때 유기적으로 흐름을 타야 하며 사진을 읽을 수 있게 구성해야 한다. 잘 찍은 사진 열 장의 나열과 포토스토리는 다르다. 담고 있는 이야기가 중요하며 사진을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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