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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가 ‘술상무’가 된다면

등록 2010-06-0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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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읽었던 책 중 가장 재밌었던 책 한권을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단연 <미식 예찬>(서커스 펴냄)을 꼽습니다. 이 책은 일본의 <요미우리신문> 경찰기자 출신 남자가 장인의 요리학원을 물려받아 세계 3대 요리학원으로 키워나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한 소설 형식으로 꾸민 책입니다.

바로 쓰지조 그룹교 창업주인 쓰지 시즈오(1933~93)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책 초반부, 기자로서 별 볼 일 없었던 그의 기자시절 얘기는 배꼽을 잡게 만듭니다. 타사 신문에 물 먹는 건 기본, 상사의 무시와 조롱은 덤, 특종인 줄 알고 날뛰었던 게 사상 초유의 오보로 끝나는 등 굴욕적인 기자생활을 힘겹게 이어나가고 있던 그는 장인이 요리학원 운영을 제안하자 냉큼 받아들입니다. 요리는커녕 요리책도 한권 읽어본 적 없는 그는 일단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작정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세계적인 미식가들을 만나러 떠납니다. 그러고 나선 3개월 동안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프랑스 식당 100여곳을 돌며, 먹고 토하고 먹고 또 먹는 ‘대장정’에 나섭니다.

세계의 산해진미를 맛보러 다니는 게 직업이라면 복 받은 인생인가 싶지만, 책을 읽다보면 맛보는 게 일이 되는 순간 맛보는 즐거움과 설렘이 사라진다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알게 됩니다.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의 직업이 ‘기자’가 되고 애주가의 직업이 ‘술상무’가 되고,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프로게이머가 된다고 해도 마찬가지겠지요. 각종 음식을 무리하게 맛본 쓰지 시즈오는 학원이 날로 번창할수록 자신의 건강은 악화돼 예순이란 나이에 생애를 마감하게 됩니다.

오사카에 있는 이 요리학원이 궁금한 독자들을 대신해 국내에 이 요리학원과 파트너십을 맺고 동일한 교수진과 동일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츠지원을 다녀왔습니다. 이외에 르 코르동 블뢰와 알마의 국내 학교도 요리면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김아리 esc팀장 ari@hani.co.kr

3일치 한겨레 매거진 섹션 ‘ESC’ 1면 ‘꿈의 음반을 찾는 사람들’ 기사 본문 첫 문단에서 프랑스 첼리스트 지네트 느뵈는 독일 첼리스트 안리스 슈미트 드 느뵈가 맞습니다. 기사 중 김희철도 김의철로 바로잡습니다. 기자의 착오로 잘못 보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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