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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여행에서도 아침은 미국식?

등록 2010-06-30 21:23

영국식 아침식사 ‘풀 브렉퍼스트’. 김형렬 제공
영국식 아침식사 ‘풀 브렉퍼스트’. 김형렬 제공
[매거진 esc]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아메리칸식·콘티넨털식 등 호텔 식사의 종류들
이제 자는 얘기 잠시 접어두고 먹는 얘기를 좀 해야겠다. 누누이 말한 대로 호텔은 집 안의 모든 서비스를 집 밖에서 얻는 곳이니 먹는 얘기가 빠질 수 없다. 스타 셰프가 포진한 고급 레스토랑은 호텔의 주요 수입원이기도 하고, 창의적 디자이너들이 퓨전 별미를 찾아 즐겨 모였던 곳이 부티크 호텔로 진화했으니 무릇 숙(宿)과 식(食)은 불가분의 관계임이 분명하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호텔 식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필자가 일하는 호텔예약 서비스에 올라온 잘 쓴 호텔 이용 후기들에는 아침식사에 대한 평가가 빠지지 않는다. 공짜로 주는 듯한(실은 방값에 포함됐지만) 황홀한 아침식사에 감동하여 ‘이 호텔 강추!’ 하고 때리면, 여기에 흔들리지 않을 여행자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리뷰에 걸려 호텔 예약을 해보면 거의 모든 호텔이 메뉴 선택은 거의 불가능한 조식(뷔페라 기대했을지도 모를)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더 들여다보면 뷔페에도 뜨거운 게 있고(hot buffet) 차가운 게 있으며(cold buffet), 조식에도 아메리칸식·콘티넨털식이라는 것이 있어 눈에 걸린다. 홍콩 여행 가는데 아침을 미국식으로 먹어라? 그리고 고급 리조트에 등장하는 ‘하프 보드’(half board), ‘풀 보드’(full board)라는 해석 불가능한 이 용어는 무얼 말하는가? 확실한 것은 먹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것뿐.

영어의 브렉퍼스트(breakfast)는 직역하면 ‘공복(fast)을 깨뜨리다(break)’이다. 지난밤 석식 다음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가 날이 튼 후 첫 음식이란 뜻이다. 새날을 어떻게 받아들였느냐에 따라 아메리칸 조식과 콘티넨털 조식으로 갈렸다. 대륙은 프랑스·이탈리아 등 지중해에 접한 유럽을 의미하는데, 이들은 날씨가 좋아 밤늦게까지 와인과 요리로 즐겁게 마시고 놀다가 늦잠 뒤에 아침을 천천히 시작한다. 이때 먹는 것이 커피·시리얼·페이스트리·주스·잼 그리고 기껏해야 차가운 햄 정도로, 점심때까지 가볍게 때우는 부실한(?) 아침밥상이다. 이에 비해 영국의 조식은 달걀프라이·소시지·베이컨·삶은콩 그리고 익힌 토마토 등에 토스트와 티·커피·주스 등이다. 좋지 않은 날씨에 이른 아침식사를 하다 보니 따뜻하고 푸짐하게 먹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맛없기로 유명한 영국 요리지만 아침만은 든든하다 해서 작가 서머싯 몸은 “영국에서 잘 먹는 유일한 방법은 아침을 하루 세번 먹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영국식 아침(full English breakfast)이 18세기 미국으로 건너가 아메리칸식 조식이 되었다.

이후 호텔에서 콘티넨털 조식을 뷔페로 제공한 것이 콜드 뷔페가 되었고, 아메리칸 조식이 핫 뷔페가 되었다. 또 호텔에서 세 끼 식사를 다 먹는 것을 풀 보드, 아침과 저녁을 먹는 것을 하프 보드라고 하는데, 이것은 하숙집 서비스에서 유래되었단다. 그래도 명색이 ‘호텔’에서 주무시는데, 먹는 아침식사가 찬밥인지 더운밥인지는 가려야 하지 않겠나?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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