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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여, 약속을 어겨줘

등록 2010-07-1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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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부쩍 ‘나도 나이가 드는구나’라는 걸 많이 느낍니다. 뷔페에 가서 밥과 김치를 접시에 깔고 시작할 때, 가계 지출에서 각종 비타민과 보약비 지출이 늘어나는 걸 볼 때, 식당에서 의자보다는 방바닥을 찾을 때,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보면 어느덧 나도 모르게 양말을 벗고 있을 때, 그런 걸 느낍니다. 심지어 며칠 전엔 술집 주인이 “양말을 두고 가셨더라고요”라며 친절히 양말을 되돌려 주었을 땐 참담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저를 비롯해 친구들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을 때 ‘나이듦의 위력’을 강렬하게 느끼곤 합니다. 그중 한 친구의 기억력은 거의 ‘내 머릿속의 지우개’ 상태입니다. 그 친구는 7년 전에 어떤 남자 ㄱ씨에게 사랑 고백을 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 친구가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내가 말야, ㄱ씨를 떠올리면 굉장히 부끄럽다는 느낌이 남아 있어. 그 남자랑 나 사이에 뭔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뭔가 일이 있긴 있었던 거 같단 말이지. 근데 대체 그 일이 뭐였을까?” 저는 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억 안 나? 너 그 남자에게 고백했었잖아!” 그러자 그 친구가 배꼽을 잡으며 답하더군요. “그렇구나! 새까맣게 까먹고 있었어. 어쩐지 뭔가 있다 했어. 아 이제야 시원하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이게 다 20대에 궤짝으로 마신 술 탓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인디음악계의 ‘거성’인 장기하가 두달 동안 금주 선언을 한 뒤 한달이 넘게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트위터에서 일만오천 팔로어를 대상으로 금주를 선언하고 어길 때에는 홍대 앞 한복판에서 곤장을 맞기로 했다나요. 트위터의 위력인지도 모르겠지만, 저로선 한달째 금주 약속을 지키고 있는 장기하의 강단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팬서비스 차원에선 약속을 지키는 것보다 ‘식언’으로 ‘홍대 앞 곤장’을 연출해주심이 어떨까요? 붕가붕가레코드 사장이 곤장을 치기로 했다니 저만 아쉬운 건 아니겠지요?

김아리 〈esc〉 팀장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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