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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호텔 방에도 보증금이 있다

등록 2010-08-11 20:12

중국 ‘오렌지 호텔’ 프런트 데스크. 중국 호텔에 투숙할 땐 보증금 문제를 확실히 따져봐야 한다. 김형렬 제공
중국 ‘오렌지 호텔’ 프런트 데스크. 중국 호텔에 투숙할 땐 보증금 문제를 확실히 따져봐야 한다. 김형렬 제공
[매거진 esc]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호텔 투숙 보증금은 필수…예약·체크인 때 꼼꼼히 따져봐야
지난주 월요일 아침, 출근 시간에 휴대폰 벨이 울렸다. 발신자 표시가 00으로 시작하는 외국에서 호출하는 전화였다. 직감으로 호텔 예약과 관련한 문제라는 걸 알았다. 급하게 전화기를 열어 받았다. “여기는 중국 장가계인데요. 호텔에서 지금 체크아웃을 하려는데, 저희들 돈을 돌려주지 않습니다!” 상황을 확인해 보았다. 손님들은 필자가 일하는 호텔예약 사이트를 통해 출국 전에 예약과 결제를 하고 호텔에 투숙했다. 체크인을 할 때 보증금을 걸라고 하여 중국돈 1200위안(22만원)을 현금으로 냈다(중국말로 ‘야진’).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이틀 투숙 뒤, 예약한 버스를 타기 위해 이른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려고 하자 호텔 쪽이 240위안(4만4천원)만 돌려준다고 한 것이다. 호텔은 ‘방값 내라’, 손님은 ‘숙박비 이미 지불하고 왔다’ 하고 실랑이가 붙은 것이다. 사건은 지급된 숙박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초짜 호텔 직원의 무지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투숙객은 결국 보증금 다 돌려받고 무사히 버스를 탔다는 연락을 해왔다.

호텔 ‘보증금’은 호텔 예약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호텔 보증금은 거의 대부분의 호텔에서 체크인 때 거치는 과정이다. 선지불을 한 예약이든, 호텔에 직접 한 예약이든 무관하다. 신용카드 제시로 간단히 끝난다(이때 호텔은 신용카드 회사에 가승인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것을 로밍폰 문자메시지로 받게 되어 결제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음).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하지만 한국의 호텔예약 사이트(혹은 여행사)에서 분명 결제까지 마치고 왔는데, 또 돈을 내라고 하니 무척 당황하게 된다. 그래서 ‘나 돈 냈거든’ 하고 되물으면, 백이면 백 ‘디포짓’ 혹는 ‘개런티’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이 순간 투숙객은 ‘나 지금 호텔에 처음 와봤거든’ 하는 것을 고백하게 되는 것이다. 심심치 않게 이런 분들 있다. 처음에는 2명이 잘 거라며 2인실로 트윈 혹은 더블 침대 방을 예약한다. 결제까지 한다. 그 뒤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 실은 우리 세 명이다, 2인실에 그냥 끼어 자겠다고 한다. 두 명만 체크인 하고, “나중에 한 명 들어가도 상관없죠?” 이런다. 어차피 호텔비는 객실당이니 1명쯤 더 들어가 자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계산이다. 특히 가족여행 중 장성한 자녀 2명을 그냥 데리고 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어리다고(?), 방 두개 쓰면 비싸니까. 보증금은 이럴 때 위력을 발휘한다. 만약 2인실에서 3명이 잤다는 것을 호텔에서 알게 되면, 호텔은 세번째 사람에게 방값을 어떻게 물릴까? 또 객실에서 성인용 영화 실컷 보고 미니바에서 캔맥주 꺼내 마시고, 체크아웃도 안 하고 그냥 나와버렸다면? 이때 보증금에서 까버리는 것이다!

보증금은 호텔과 투숙객 사이에 신용을 담보하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전세 살다가 그 집 문짝이라도 걷어차 망가뜨렸다면 보증금에서 빼고 돌려받는 것과 같다. 1년이든 하룻밤이든 잠자는 곳에 보증금은 필수이다.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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