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빌 섬 안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적인 예술대학인 에밀리카대학교.
[매거진 esc] 물류기지에서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캐나다 밴쿠버 서쪽 그랜빌 섬
‘도시 속의 숨쉬는 오아시스.’
캐나다 밴쿠버 다운타운 서쪽에 위치한 그랜빌 섬은 이렇게 불린다. 태평양이 밴쿠버를 파고드는 작은 만 잉글리시 베이로 이어지는 폴스크리크(False Creek)에 뿌리박고 있는 작은 섬이다. 그랜빌 섬의 넓이는 16만㎡. 우리나라로 치면 한강대교와 서강대교가 각각 지나는 노들섬(11만㎡)과 밤섬(24만㎡)의 중간 정도 크기다. 그랜빌 섬 위로도 그랜빌 다리가 예일타운과 사우스그랜빌 지역을 잇는다. 마치 여의도가 한강 이남 서울과 맞붙어 있는 것처럼 그랜빌 섬 역시 사우스그랜빌과 붙어 있지만 섬이라는 명칭이 굳어졌다.
그랜빌 섬 입구에 들어서면 그랜빌 다리의 교각을 타고 오르는 푸른 담쟁이류 식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뿐만 아니라 섬 곳곳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넓은 그늘을 만들고 서 있다. 그러나 이걸 보고 오아시스의 의미를 유추해선 안 된다. 나무가 천지인 캐나다에서 나무 많은 섬이라고 오아시스라는 별칭이 붙진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그랜빌 섬 곳곳에 생생하게 흘러넘치는 문화예술의 흥취와 그 속에서 여유와 평화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도시 속 오아이스를 목격하게 된다.
어른 위한 퍼블릭마켓, 어린이 위한 키즈마켓 눈길
그랜빌 다리에서 섬을 내려다볼 때 가장 크게 눈에 들어오는 곳이 ‘퍼블릭마켓’이다. 밴쿠버 도심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이 대형 시장은 그랜빌 섬에서 반드시 찾아가봐야 할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이곳에 발을 딛는 순간 삶의 열기와 활력이 온몸을 휘감는다. 색색의 싱싱한 과일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고, 채소, 육류, 어류 등 각종 음식 재료가 매대를 꽉 채우고 있다. 좁은 길에 긴 줄을 만들어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영락없이 우리나라 재래시장과 닮았다. 엄마 손 잡고 시장에 따라가면 작은 군것질 맛을 보곤 했던 것처럼, 손에 들고 걸으며 먹을 만한 거리도 풍부한 게 더욱 매력적이다. 체리와 각종 베리류, 복숭아와 살구, 자두 등 새콤달콤한 과일이 가득하다. 상인들은 여행객을 위해 이런 과일을 작은 봉지에 담아 판다. 또한 푸드코트가 마련돼 있어 다양한 나라의 음식으로 끼니를 간단히 해결할 수도 있다. 또한 드넓은 시장을 꽉 채운 사람들의 물결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공예가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액세서리나 장식품 등을 풀어놓고 파는 곳도 있어 흔치 않은 기념품을 장만하는 데 좋다.
그랜빌 섬 초입 오른쪽에 자리잡은 ‘키즈마켓’도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어린이를 위한 모든 것이 마련된 이 건물은 그 자체로 어린이 놀이터로 충분하다. 어린이 미용실, 어린이 옷가게, 학용품, 책은 물론이고 각종 장난감 가게도 잘 배치돼 있다. 건물 전체가 어린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아내도록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키즈마켓 바로 옆에는 아이들이 가볍게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돼 있다.
세계적인 예술대학인 에밀리카대학교가 그랜빌 섬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이 섬을 특별하게 만드는 점이다. 캐나다가 자랑하는 여성 화가 에밀리 카(1871~1945)의 이름을 딴 이 학교는 85년 역사의 대표적인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대학교다. 1000여명의 학생들이 예술에 대한 열정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작업하는 광경을, 그랜빌 섬을 걷다 보면 조우하게 된다. 에밀리카대학 건물 역시 독특한 외양과 색감에서 비롯된 창의적이고 감각적인 예술성으로 그랜빌 섬을 경박한 상업적 관광지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래서 그랜빌 섬에 각종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공방, 갤러리들이 즐비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에밀리카대학 부근인 그랜빌 섬 동쪽에는 작고 아담한 예술가들의 공간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작은 액세서리부터 커다란 장식품까지 다양한 수공예품들과 다양한 화풍의 그림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물론 대부분 작품들이 판매된다. 섬 곳곳에 실내외 극장도 자리잡고 있다. 섬 입구 쪽에 파이 시어터와 워터프런트 시어터, 터치스톤 시어터, 입구 반대 항구 쪽에도 아츠클럽 시어터가 서 있다. 곳곳에 극장이 있지만, 사실 섬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극장이기도 하다. 거리의 예술가들이 노래와 연주, 춤과 개그, 마임 등으로 지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간 정도 간격으로 거리의 예술가들은 자리를 바꿔가며 공연을 펼친다. 맥주맛 기막힌 맥주 양조장도 꼭 들러봐야 먹을거리도 그랜빌 섬에선 빼놓을 수 없다. 간단한 요기는 퍼블릭마켓에서 쉽게 해결하면 되지만, 좀더 차려진 음식을 먹겠다면 퍼블릭마켓 주변 해안가와 입구로 이어지는 거리에 있는 식당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해안가에 있는 브리지스라는 카페는 잉글리시 베이를 바라보며 노천에서 식사를 하거나 음료를 마실 수 있어 대단히 낭만적인 곳이다. 음식 값도 다른 밴쿠버 시내 식당에 견줘 비싸지 않다. 그랜빌 섬에서 꼭 찾아가봐야 할 곳으로 맥주 양조장도 기억해야 한다. 직접 만든 맥주를 파는 곳으로 이름도 그냥 술집(The Taproom)이다. 그랜빌 섬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이곳은 다섯가지 하우스맥주와 간단한 안줏거리를 판다. 맥주 맛이 기막히게 좋지만 판매량에 제한이 있어 취하도록 마실 수는 없다. 태프룸이 유명한 이유는 비단 맥주 맛에만 있지는 않다. 그곳에서 맥주를 마시며 올려다본 천장은 매우 높다. 필요 이상으로 높은 그곳 천장을 바라보면, 이곳이 맥줏집으로 지어지지 않았음이 명백해진다. 이 선술집은 과거 창고로 쓰이던 목조건물을 거의 그대로 활용한 공간이다. 태프룸뿐 아니라 퍼블릭마켓, 키즈마켓과 에밀리카대학, 심지어 브리지스를 비롯한 여러 식당과 상점들 역시 과거 그랜빌 섬이 공장과 창고로 가득한 물류기지였음을 살짝 감추고 있다.
행동하는 세계적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출발지는 밴쿠버다. 지금은 자연과 환경을 사랑하고 아끼는 깨끗한 나라이자 도시가 캐나다요 밴쿠버지만, 20세기 초반 태평양에 인접한 밴쿠버는 물류기지였다. 밴쿠버 폴스크리크를 끼고 있는 그랜빌은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물류창고이자 공장지대였다. 매연과 먼지를 뿜어내는 이곳에서 그린피스가 출발한 이유다.
1950년부터 환경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고 공장과 창고는 그랜빌 섬을 하나둘 떠나갔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인 1970년대 들어 그랜빌 섬을 개조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풍광과 입지가 뛰어난 이곳은 아마도 대대적인 고급주택 개발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론 배스퍼드라는 정치인은 예술가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스튜디오를 구하고 극장들이 들어오고 시민들이 삶을 즐길 수 있는 문화적 공간으로 창조하길 원했고, 그러면서도 특히 캐나다의 문화유산으로서 공장과 창고들을 보존하길 바랐다. 그 결과 건물들은 그대로 놔둔 채 겉을 밝은 색 페인트로 칠하고 내부만 깨끗이 비워내 활용하게 된 것이다.
이런 독특한 재개발의 흔적은 건물이 아니라도 그랜빌 섬 곳곳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삼각형 모양의 길을 따라 과거 화학물질과 원료들을 배와 창고로 실어나르던 철로가 그대로 박혀 있고, 공장과 공장을 이으며 거미줄처럼 얽혀 오가던 배관들과 나무 전신주들은 빨강, 노랑, 파랑의 원색으로 칠해져 그랜빌 섬의 공간 디자인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밴쿠버=글·사진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키즈마켓의 일부인 와플가게.
육류부터 채소까지 풍성한 퍼블릭마켓.
세계적인 예술대학인 에밀리카대학교가 그랜빌 섬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이 섬을 특별하게 만드는 점이다. 캐나다가 자랑하는 여성 화가 에밀리 카(1871~1945)의 이름을 딴 이 학교는 85년 역사의 대표적인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대학교다. 1000여명의 학생들이 예술에 대한 열정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작업하는 광경을, 그랜빌 섬을 걷다 보면 조우하게 된다. 에밀리카대학 건물 역시 독특한 외양과 색감에서 비롯된 창의적이고 감각적인 예술성으로 그랜빌 섬을 경박한 상업적 관광지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래서 그랜빌 섬에 각종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공방, 갤러리들이 즐비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에밀리카대학 부근인 그랜빌 섬 동쪽에는 작고 아담한 예술가들의 공간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작은 액세서리부터 커다란 장식품까지 다양한 수공예품들과 다양한 화풍의 그림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물론 대부분 작품들이 판매된다. 섬 곳곳에 실내외 극장도 자리잡고 있다. 섬 입구 쪽에 파이 시어터와 워터프런트 시어터, 터치스톤 시어터, 입구 반대 항구 쪽에도 아츠클럽 시어터가 서 있다. 곳곳에 극장이 있지만, 사실 섬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극장이기도 하다. 거리의 예술가들이 노래와 연주, 춤과 개그, 마임 등으로 지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간 정도 간격으로 거리의 예술가들은 자리를 바꿔가며 공연을 펼친다. 맥주맛 기막힌 맥주 양조장도 꼭 들러봐야 먹을거리도 그랜빌 섬에선 빼놓을 수 없다. 간단한 요기는 퍼블릭마켓에서 쉽게 해결하면 되지만, 좀더 차려진 음식을 먹겠다면 퍼블릭마켓 주변 해안가와 입구로 이어지는 거리에 있는 식당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해안가에 있는 브리지스라는 카페는 잉글리시 베이를 바라보며 노천에서 식사를 하거나 음료를 마실 수 있어 대단히 낭만적인 곳이다. 음식 값도 다른 밴쿠버 시내 식당에 견줘 비싸지 않다. 그랜빌 섬에서 꼭 찾아가봐야 할 곳으로 맥주 양조장도 기억해야 한다. 직접 만든 맥주를 파는 곳으로 이름도 그냥 술집(The Taproom)이다. 그랜빌 섬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이곳은 다섯가지 하우스맥주와 간단한 안줏거리를 판다. 맥주 맛이 기막히게 좋지만 판매량에 제한이 있어 취하도록 마실 수는 없다. 태프룸이 유명한 이유는 비단 맥주 맛에만 있지는 않다. 그곳에서 맥주를 마시며 올려다본 천장은 매우 높다. 필요 이상으로 높은 그곳 천장을 바라보면, 이곳이 맥줏집으로 지어지지 않았음이 명백해진다. 이 선술집은 과거 창고로 쓰이던 목조건물을 거의 그대로 활용한 공간이다. 태프룸뿐 아니라 퍼블릭마켓, 키즈마켓과 에밀리카대학, 심지어 브리지스를 비롯한 여러 식당과 상점들 역시 과거 그랜빌 섬이 공장과 창고로 가득한 물류기지였음을 살짝 감추고 있다.
맥주맛이 뛰어난 양조장 ‘더 태프룸’.
그랜빌 섬의 입구로 아름드리 나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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