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서비스드 레지던스의 스튜디오 객실. 스튜디오 객실은 일반 호텔의 스탠더드 객실에 해당한다. 사진 김형렬 제공
[매거진 esc]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호텔과 달리 부엌 갖춰…성별·연령대별로 호불호 갈려
호텔과 달리 부엌 갖춰…성별·연령대별로 호불호 갈려
호텔도 부동산이다. 너무 당연한 얘기를 새삼스럽게 말했나? 우리들에겐 호텔은 자고 먹고 쉬는 곳이지만, 돈을 가운데 놓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호텔도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 엊그제 뉴스 한 토막. “최고 연 7~8% 고정적인 배당수익을 주며 인기를 끌었던 서비스드 레지던스 호텔 임대사업이… 숙박시설로 허가받아 합법적으로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호텔 분양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아시아경제〉 2010년 9월2일치)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는 주거용 시설을 갖추고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새로운 형태의 숙박 시설이다. 줄여서 ‘레지던스’라고 부르고, 외국에서는 ‘서비스드 아파트먼트’ 혹은 ‘아파트호텔’로 부르기도 한다. 호텔과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방 안에 살림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취사 가능한 부엌이 있고, 침실이 따로 있다. 그러다 보니 호텔보다 객실이 넓은 편이다. 마치 오피스텔 혹은 콘도와 비슷하다. 그러면서도 호텔과 같은 서비스가 제공된다. 하우스 키핑, 즉 방 청소를 해주고 객실용품을 제공한다. 아침식사가 있고, 컨시어지가 있고 여행 프로그램도 서비스한다. 여기까지는 호텔의 새 버전쯤으로 이해해도 되겠다.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각 객실을 판매하여 각각 방 주인이 따로 있다. 하지만 레지던스는 호텔 형태로 지은 뒤 각 방을 분양하고, 전문 호텔기업에 경영을 맡기는 형식이다. 방 주인들은 이 기업의 경영 실적에 따라 연간 수익이 발생한다.
호텔인가 부동산인가? 대법원은 지난 4월 레지던스의 숙박 영업을 불법으로 판결했다. 이후 국내에서 레지던스의 단기 숙박은 어려워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제출된, 레지던스 사업을 새로 규정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 법안에는 호텔의 배다른 형제들(?), 리빙텔·고시텔·소호텔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단다. 그런데 나라밖 상황은 좀 다르다. 일본의 경우만 7일 이상 장기 숙박만을 허용하도록 했을 뿐, 중국·타이·싱가포르·오스트레일리아(호주)·유럽 등은 장·단기 숙박에 특별한 제약이 없다. 메리어트, 힐튼 같은 호텔 그룹들은 레지던스 사업에 이미 진출해 있고, 부동산을 좋아하는 싱가포르 자본은 아스콧 체인을 사들였다. 유명한 서머싯과 시타덴이 하위 계열이다.
레지던스는 4인 이상 그룹 혹은 가족 단위 여행자들에게도 좋은 선택이다. 호텔은 지을 때 방을 최대한 많이 만들려 하므로 평수가 작다. 그래서 2명 단위의 투숙이 기본이다. 초등학교 아이 둘을 데리고 가는 4인 가족 여행자들은 스위트룸 혹은 객실을 2개 예약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하지만 레지던스는 2인용이라 하더라도 침실 외에 거실의 소파가 엑스트라베드로 제공되어 3, 4번째 인원까지 허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올여름 성수기 방콕의 경우, 저렴한 가격으로 원베드룸 객실에 3~4인이 함께 투숙할 수 있는 4~5성급 레지던스 몇 곳이 입소문을 타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한국 여성 고객들은 연령대(?)에 따라 레지던스의 호불호가 갈린다는 보고가 있다. 애인과 낭만적 밤을 기대하는 아가씨와, 외국까지 가서 호텔방 안의 부엌을 바라봐야 하는 주부의 마음은 절대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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