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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살아있는 숙소, 게스트하우스

등록 2010-09-30 10:27

교토 다니게스트하우스. 1989년 6월 미국 배낭족들과 함께!. 김형렬 제공
교토 다니게스트하우스. 1989년 6월 미국 배낭족들과 함께!. 김형렬 제공
[매거진 esc]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값싸고 다른 여행자들과 어울릴 기회 많아
여행 좀 다녀본 사람들은 게스트하우스가 낯설지 않다. 보통 ‘게스트’ 하면 ‘특별히 초대된 손님’을 뜻하는데, 호텔에서는 숙박 손님을 이렇게 부른다. 호텔(hotel)은 호스트(host)에서 갈라져 나왔고, 게스트(guest·손님)는 호스트(host·주인)의 반대말쯤 되니, 호텔과 게스트하우스는 차이가 사뭇 클 듯하다.

이름과 규모·서비스 면에서 게스트하우스는 호텔과는 비교할 것이 못 된다. 형태부터 게스트하우스는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 가옥인 경우가 많다. 숙박 요금도 게스트하우스는 호텔 최저가인 1박 50달러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행자들이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첫째 이유가 주머니 부담이 없어서이다.

하지만 여행 마니아들이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숙소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게스트하우스는 각자의 방에 자더라도 거실·식당·정원 등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여행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된다. 규모가 작으니 투숙객이 많을 수 없고, 이틀쯤 머물다 보면 본 얼굴 또 보니 한집 식구들처럼 서로 어울린다. 자연스럽게 차도, 밥도 같이 마시고 먹게 되고, 같이 텔레비전도 본다. 월드컵이라도 벌어지는 날에는 온 게스트들이 함께 모여 작은 지구촌을 만들기도 한다. 이에 비해 호텔은 여행자가 각자 격리된 방에서 생활한다. 한 호텔에 머물러도 옆방에 누가 투숙해 있는지 모르고 알 필요도 없다. 호텔이 아파트와 같다면, 게스트하우스는 시골 동네 같다고나 할까.

게스트하우스는 주인의 색깔에 따라 분위기도 달라진다. 1989년 필자의 최초의 여행지 숙소였던 일본 교토의 다니하우스도 그런 곳이었다. 주인 다니의 이름을 딴 이곳은 들머리와 정원에 대나무가 심어져 있고, 다다미방과 유카타를 즐길 수 있어 일본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하룻밤 숙박 요금도 비즈니스호텔 반값에도 못 미치는데, 놀라운 것은 처음 개업했을 때인 20년 전의 요금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하여 외국인에게 유명해진 게스트하우스가 교토에는 꽤 여러 곳이 있고, 일본을 방문하는 백패커들에게는 전설처럼 되어버렸다.

세계 최대의 여행자 메카 방콕의 카오산로드도 1970년대 초 골목 안 가정집들이 외국 여행자들에게 방을 내주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필자도 1989년 크리스마스를 카오산로드 보니게스트하우스에서 단돈 30밧(1000원)에 침대 한 칸을 얻어 지낸 적이 있었다.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그럼 서울에도 게스트하우스가 있을까? 있었다. 70년대부터 광화문 세종문화회관과 종로2가 와이엠시에이 뒤편의 허름한(?) 여관들이 ‘Inn ○○’이란 간판으로 바꿔 달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나무 대문을 지나 작은 화단과 수도꼭지가 있는 마당, 신문지로 창문을 가린 화장실과 그 옆 계단을 올라 2층 장독대에서 삼겹살을 구우며 한국을 논하는 노랑머리 배낭족들이 모여들었던 곳이다. 세계 어디를 가나 가장 그 도시스러운 곳을 겪고 싶다면 게스트하우스를 찾을 일이다.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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