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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삼청동 지나니 한남오거리 뜨네

등록 2010-12-09 11:43수정 2010-12-09 12:43

‘바나나 그릴’의 ‘클래식버거’.
‘바나나 그릴’의 ‘클래식버거’.
[매거진 esc] 가격적당·정성가득한 맛집 득실득실
김 대리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크리스마스 데이트 장소를 고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여자 친구는 까다로운 미식가다. 가격 대비 음식의 질을 꼼꼼하게 따지는 알뜰한 여자다. 거창한 레스토랑도 싫어하고 정성 없는 밥을 파는 집도 경멸한다. 음식에 관해서는 줄자처럼 정확한 혀를 가지고 있다. 머리카락을 뜯으면서 고통스러워하는 김 대리를 보다 못한 옆자리 박 대리가 조언한다. “요즘 한남 오거리에 맛집이 많이 생겼대. 맛도 가격도 적당하다는데 한번 가보는 게 어때.”

2년 전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 오거리에서 금호 네거리 방향으로 길게 뻗은 200m 거리에 10평 남짓의 작은 레스토랑들이 속속 문을 열기 시작했다. 한 달에 두세집이 동시에 문을 열기도 했다. 미국식 팬케이크집, 수제 햄버거집, 타코집, 일본식 함박스테이크집, 슬로푸드 레스토랑, 치즈전문점 등. 문을 연 레스토랑마다 저마다의 향기로 알뜰한 미식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걷다 보면 그저 평범해 보이기만 한 이 거리는 파스텔톤의 인테리어와 자기만의 ‘엣지’로 무장한 레스토랑들 덕분에 예사롭지 않은 곳으로 변했다.

5년째 한남 오거리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이태원씨는 몇 가지 이유를 들었다. “단국대 자리에 내년 1월 ‘한남 더 힐’이 들어서죠. 어느 정도 소비층이 생겼고,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이사 와서 젊은 직장인들이 많아졌어요. 오거리 위쪽에는 대사관들도 많아요.” 현재 10평 기준으로 이곳 점포 권리금은 5000만~8000만원, 보증금은 2000만원, 월세는 150만~200만원이라고 한다. 1년 사이 땅값이 2배 올라 임대료도 덩달아 올랐지만 입점할 공간이 없을 정도다. 대학생들을 상대했던 분식집들이 여러 나라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속속 옷을 갈아입었다.

맛집들이 몰려 있는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삼청동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한 달에 1번 대학동창 모임을 하는 배미숙(44)씨는 가로수길에서 이곳으로 ‘놀이터’를 옮겼다. “예전에는 가로수길을 자주 찾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요. 달라진 모양새가 싫더라구요. 여기는 한적해서 좋아요.” 과도한 현란함으로 치장한 신사동 가로수길의 번잡함을 피하려는 이들이나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유명 관광지가 된 삼청동의 혼잡함을 피하려는 이들이 이 거리를 찾고 있다.

팬케이크 스토리
팬케이크 스토리
① 팬케이크 오리지널 스토리(PANCAKES ORIGINAL STORY)

한남 오거리 초입에 있다. 미국식 가정식 팬케이크와 와플, 오믈렛, 프렌치토스트가 주메뉴다. 미국에서 브런치 식당을 운영했던 스티브 리가 문을 열었다. 팬케이크와 소시지 등 6가지로 구성된 브런치 ‘이 집의 아침’은 특히 젊은층에게 인기다.(02-794-0508/‘이 집의 아침’ 6800원, 5000~1만3800원/오전 9시~밤 10시)


‘슬로우 키친’의 ‘버섯밥과 버섯양념장’.
‘슬로우 키친’의 ‘버섯밥과 버섯양념장’.
② 바나나 그릴(Banana & Grill)

6가지 수제 햄버거와 3가지 샌드위치를 고를 수 있다. 월간지 <노블레스>의 기자였던 김선희(36)씨와 요리사 이지원(31)씨가 만나 2008년 문을 열었다. 두툼한 ‘클래식버거’는 20대 여성 2명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소박하고 부담 없는 레스토랑의 풍경이 매력이다.(02-792-3088/6500~8500원/오전 11시~밤 10시)

③ 오타코(O’TACO)

향이 강한 멕시코 음식이 손짓하는 집이다. 타코, 부리토, 치미창가 등 멕시코 음식이 가득하지만 이 집만의 솜씨로 맛을 낸 ‘글루바인’도 매력적이다. 글루바인은 유럽 등지에서 추운 날 남은 와인을 끓여서 따끈하게 마시는 술이다.(02-793-3690/3500~1만3000원/오전 11시30분~밤 10시)

④ 웨스턴차이나(Western China)

문을 연 지 7년이 넘은 집이다. 딤섬이 유명하다. 차림표가 따로 있을 정도다. 새우쇼마이는 새우를 살짝 다져서 식감을 살리고 찌기 전에 날치알을 얹어 익혀 씹는 맛을 살렸다. 카레춘권은 향긋한 카레향이 배어 있어 풍미가 있다. 단체모임 가능.(02-795-6751/4000~8만원/오전 11시30분~밤 9시30분)

④ 슬로우 키친(slow kitchen)

오거리에 보기 드문 밥집이다. 정은지(47) 사장이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작업실을 밥집으로 개조했다. 그는 20대 두 아들을 키운 건강한 밥상을 차림표에 올렸다. 매일 늦은 오후가 되면 나물, 제철채소들을 손으로 다듬는 정씨의 손이 바쁘다. 우렁된장부추비빔밥, ‘버섯밥과 버섯양념장’ 등에는 어머니의 정성이 깃들어 있다.(02-794-7121/6500원/오전 11시~밤 9시)

‘웨스턴차이나’의 ‘새우쇼마이’.
‘웨스턴차이나’의 ‘새우쇼마이’.
⑤ 네이키드 그릴(Naked Grill)

젊은 요리사들이 개방형 주방에서 수제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만든다. 세련된 색감으로 간판을 장식한 이 집은 현대적인 분위기이다. 테이블은 기껏해야 3개 정도지만 가벼운 분위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02-749-4225/4500~1만1000원, 커피와 차 3000~4000원/오전 11시~밤 9시30분)

⑥ 썬 리취(SUN RICH)

가장 최근에 문을 연 치즈전문점이다. 레스토랑 한쪽에는 미국 뉴욕의 베이글전문업체 ‘에이치 앤 에이치 베이글’에서 수입한 베이글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14가지 크림치즈가 있다. 크림치즈를 골라 빵과 함께 먹을 수 있다. 그 외에 카망베르 브리, 하우다(고다) 등의 다양한 치즈도 있다.(02-749-4910/커피 3500~5000원, 베이글 2000원, 크림치즈 30g 1000원, 100~200g 3500~5000원/오전 10시~밤 10시)

⑦ 차크라(Chakraa)

인도음식 전문점이다. 인도음악이 흘러 이국적이다. 난은 쫄깃하고 탄두리치킨은 부드럽다. 다양한 세트메뉴가 있고 10가지 넘는 카레요리가 있다.(02-796-1149/세트 1만8000~8만4000원, 3000~3만5000원/낮 12시~밤 10시)

⑧ 꼬꼬뜨(La Cocotte)

들어서자마자 한 장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주인 부부 때문이다. 김부연(42)씨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파리8대학에서 조형예술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아내이자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문영화(42)씨는 김씨와 함께 프랑스 유학생활을 했다.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웠다. 3년 전 귀국한 문씨는 <월간 베이커리>의 기자 생활을 하다 잡지사 사진부가 있는 한남동에 정이 들었다. 1995년 결혼 비용 달랑 들고 무작정 프랑스로 떠난 이들 부부의 사랑이 곳곳에 배어 있다. 소박한 파스타와 샐러드, 생선과 닭요리가 있다. 연인들에게 강추.(02-798-0052/6000~2만2000원, 세트 2만5000~3만5000원/오전 11시30분~밤 9시30분)

컵케이크
컵케이크
⑨ 린스 컵케이크(lynn’s cupcakes)

생화 장식 케이크로 몇 년 전부터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승남의 꽃과빵’의 주인 이승남씨가 운영하는 컵케이크집이다. 알록달록한 컵케이크의 종류가 많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선물용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02-792-0804/3500~4000원/오전 11시~저녁 8시30분)

⑪ 티케스(TYCHE’S)

수제 쿠키집이다. 6년 전에 문을 열었다. 사장 김태영(33)씨는 “크리스마스 쿠키나 기본 구성으로 된 쿠키 상자가 인기”라고 말했다. 연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수제 쿠키들이 여러 종류가 있다.(02-790-8808/개당 800~1500원/오전 10시~밤 8시)

10곳이 넘는 음식점들이 도로 한쪽에 줄지어 서 있다. 한참을 햄버거와 파스타로 요기를 하고 나면 해장국이나 수육 같은 넉살 좋은 우리 음식이 불현듯 그리워질 것이다. 이 그리움을 해결할 곳도 있다.

⑫ 한남북엇국

2008년 문을 열었지만 일찌감치 이 동네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집이다. 사골국물에 명태를 넣어 끓인 북엇국이 유명하다. 가자미전 등 다양한 전이 있고 사골국물에 쇠고기 양지머리를 삶은 ‘자박수육’도 맛나다. 친구들과 술 한잔 하기 좋다. 유명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02-2297-1988/5000~3만5000원/오전 9시30분~밤 10시)

⑬ 마마스델리

<우리 아이 자연간식> 등의 책을 저술한 요리사 방영아씨가 운영하는 집이다. 생감자 치즈부추전, 레몬마늘소스 닭안심튀김, 두부강된장 취나물비빔밥 등 독특한 요리들이 있다. 방씨가 만든 각종 소스도 판다.(02-790-2468/6500~9000원/오전 11시30분~밤 11시)

‘함바그 또 카레 야’의 ‘함바그 & 카레’.
‘함바그 또 카레 야’의 ‘함바그 & 카레’.
⑭ 젤렌(ZELEN)

불가리아식으로 굽거나 찐 음식들이 있다. 불가리아 요리사가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점심 뷔페는 1만2000원이다.(02-749-2900/1만~3만원대/오전 11시, 월요일은 오후 6시~밤 10시30분)

⑮ 향기고을

2002년 문을 연 이 동네 터줏대감이다. 청국장 전문점이다. 사장 이선미(48)씨는 김천에서 청국장을 가져온다고 한다.(02-795-1754/5000~7000원/오전 11시~저녁 8시30분)

⑯ 블뤼테(blute)

꽃을 감상하면서 한잔의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꽃향기가 코를 찌른다. 거대한 화원이다. ‘블뤼테’란 이름은 ‘꽃이 만개하다, 피어나다’라는 뜻의 독일어다. 송진화(43)씨는 2005년 독일에서 플로리스트 과정을 공부했다.(02-798-1995/5000~7000원/오전 9시~밤 10시)

⑰ 앨리스(Alice)

여행 마니아인 김미연(41)씨가 친구와 함께 문을 연 커피집이다. 일리(illy) 커피가 있다. 김씨가 직접 도안한 커피잔도 판다. 곳곳에 여행 책들이 즐비하다.(02-790-7740/3500~7000원/오전 9시~밤 10시)

뒷길 순례를 마치고 큰 도로로 다시 나오면 길 건너 매콤한 일본식 함박스테이크 집이 눈길을 끈다.

⑱ 함바그 또 카레 야(함바그 と 카레 や)

일요일 저녁에도 20~30대 젊은이들이 몰려들 정도다. 차림표에는 함박스테이크와 카레만 있다. 푸드스타일리스트였던 김문정(37)씨가 올 1월 문을 열었다. 일본식 카레와 함박스테이크가 한 접시에 나오는 ‘함바그 & 카레’가 단연코 인기다. 두꺼운 ‘함바그’는 90년대 초 경양식집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02-793-8582/6500~1만1000원/오전 11시~밤 9시)

‘함바그 또 카레 야’를 가운데 두고 ⑲ 카페 아파시아나또(02-798-3272), ⑳ 뚜에꼬제(02-795-1405)와 (21)크라제 버거, 압구정 볶는 커피, (22) 파리 크라상, 퍼핀 카페(PUFFIN CAFE/02-790-6062), 미나토(02-797-7808)가 있다. 뚜에꼬제는 화덕피자집이다. 아이들과 가족, 연인들에게 인기다. 퍼핀 카페는 푸근한 동네 사랑방처럼 넉넉한 분위기로 오믈렛, 커피 등을 판다. 미나토는 요즘 유행하는 이자카야다. 점심시간에 등장하는 ‘벤토’가 매력적인 집이다.

신사동·삼청동 지나니 한남오거리 뜨네
신사동·삼청동 지나니 한남오거리 뜨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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