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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의 춘천행을 보내며

등록 2010-12-16 13:31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고백합니다. 18개월 방위였습니다. 영장이 나올 무렵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공익근무요원이 돼버렸습니다. 무려 1년 반 동안 도시락 대신 스티커를 들고 거리에 나섰습니다. 공익의 추억은 춘천에서 비롯됩니다. 어색해진 짧은 머리로 경춘선 통일호 열차를 타고 ‘입영열차 안에서’를 불렀습니다. 공익요원 4주 훈련은 강원도 화천에서 받았습니다. 춘천역에서 내려 택시를 탔습니다. 행정교육 정도를 받으리라던 예상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2시간 크고 작은 고개를 오르내려 도착한 훈련소 입구에는 쌍용교육대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택시기사는 이곳이 과거 삼청교육대였다고 알려줬습니다. 고갯길 역시 삼청교육대원들이 닦았고 그곳에서 적잖은 대원이 숨졌다고 했습니다. 훈련교관들은 모조리 특공대 장병이었습니다. 전두환이 만들고 키운 특공대원들이 예비 공익요원들을 굴렸습니다. 특공이 키운 정예 특수공익은 구청에서도 동사무소에서도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아무 계획도 없이 올라탄 ‘춘천 가는 기차’가 도착한 남춘천역에선, 지금은 제 아내가 된 앳된 여대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녁때 돌아오는 취한 모습도 좋았습니다. 강촌역에도 추억들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강촌 삼악산 한 언덕배기께에서 스무살의 열띤 서글픔을 레몬소주 따위로 달랬던 기억들, 밥 짓고 찌개 끓여 나누며 통기타 치고 노래 부르던 친구들도 그곳에 있었습니다. 한 고교 동창이 버린 목숨을 확인하러 새벽 삼악산 어두운 골짜기를 친구들과 올랐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어스름한 북한강엔 옅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오는 20일 경춘선 기차는 사라집니다. 최신식 전철이 그 길을 오갈 겁니다. 거리는 짧아지지만 풍경은 사라져갈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춘천발 추억행 완행열차는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속을 운행할 겁니다.

추신. 아쉬워도 웃어야 합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습니다. 19일 자정까지 순순히 ‘웃긴 사연’을 보내주십시오.

김진철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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