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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유혈사태는 빚어지지 않았습니다. 다행입니다. 추운 겨울 서민들을 오들오들 떨며 분노케 한 연평도 이야기가 아닙니다. 〈esc〉가 연말특집으로 공모한 웃긴 사연에 “어떻게든 유혈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수많은 민주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습니다. 사무실에서 실성한 사람처럼 키득거린 탓에 눈총을 받았습니다. 웃음을 넘어 가슴 따뜻한 사연들도, ‘더럽게’ 슬픈 이야기도 줄을 이었습니다. 웃음의 백미는 감동과 공감에 있습니다. 마음 따뜻한 민주시민들을 겨냥해, 선물들이 발사대에 장착됐습니다. 한 해를 웃음으로 마무리할 준비태세를 갖추시기 바랍니다.
성탄절 분위기가 별로 나지 않는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그만큼 평상시 즐길거리가 많아지기도 했지만, 마음이 여유롭지 않은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루돌프 하나’라도 발령하고 싶습니다. 연평도에서 대포 소리가 고막을 찢어도 여유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겁니다. 찾아야 있는 겁니다. 즐겁게, 아늑하게, 가까이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 해를 되돌아볼 기회를 만드시기 바랍니다.
〈esc〉는 한강에서 연말 보내기를 강추합니다. 밤마다 한강 다리 위 불빛을 밝히는 카페에서, 한강을 타고 유유히 흐르는 유람선에서 연인과 함께, 가족과 더불어 올해를 떠나보내는 건 어떨까요? 서울남산N타워, 63빌딩, 쉐라톤 워커힐 등에서 반짝이는 야경을 즐기는 밤도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높이 올라가면 널리 보이겠지만, 어디서면 어떻습니까. 허름한 선술집에서도, 따사로운 집에서도, 친구·연인과 함께하는 활기찬 거리에서도, 모든 경치는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술잔을 부딪치며 음식을 서로 나누며 연말에는 꼭 국론을 모아봅시다. 내년엔 꼭 행복하자고 웃자고 희망을 품어보자고 마음을 모읍시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말자고, 열받고 짜증나는 일은 ‘아웃’시켜 버리자고. 적들은 호시탐탐 국론분열의 때를 노리고 있습니다.
김진철 〈esc〉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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