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왜 사냐고 물으면, 시인은 웃었습니다. 마음은 절로 한가해졌다 합니다.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합니다. 왜 사냐 물으면 행복이라고 답하겠습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만난 김미화씨는 행복을 관철한 사람입니다. 행복하려면 부딪쳐 오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행복하기 위해 우리는 투쟁해야 합니다. 김미화씨의 투쟁이 아름다운 까닭입니다. 김미화씨는 억울했을 겁니다. 개그에 삶을 던져온 그에게 달라진 세상, 상식을 비웃는 세상은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지난주 화요일 밤 기사 마감 이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고 이진원씨의 글을 뒤늦게 입수해 숨가쁘게 지면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한 인디 음악인이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달빛요정의 일기를 발췌 보도한 지면에는 한 인디 음악인에 대한 고 이진원씨의 개인적 비평이 담겨 있었습니다. 가 나간 뒤 당사자의 강력한 항의가 있었습니다. 당사자가 명예훼손이라고 느낄 부분이라는 점 충분히 공감합니다. 또한 당사자의 이의제기 과정에서 팀이 충분히 사과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달게 받아들입니다. 의도치 않은 말과 글에 입은 상처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달빛요정의 유가족들께도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유가족들께서 ‘사과의 말씀’을 보내오셨습니다. “지난주 게재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일기 내용 중 고인의 사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에서 특정인의 실명이 함께 언급되어 기획의도와 다르게 관련된 분들의 명예에 큰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눈물이 마르기 전 또다른 고통을 드린 데 불찰이 있었습니다.
춥습니다. 북극의 추위가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슬픈 일도 많습니다. 사람을 위해 고기와 피를 내어 준 그들을 우리는 산 채로 파묻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이들의 행복 없이 행복한 삶은 없습니다. 왜 사냐고 물어야 할 때입니다.
김진철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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