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지나침이 못미침보다 못하다는 가르침이 새롭습니다. 돌이켜보면 무엇이든 과함이 문젭니다. 해적 퇴치 자랑하다 군사기밀 공개하고, 카라 소속사에 불상사 일어나고, 전셋값 치솟고, 구제역에 애먼 짐승들 생매장하고…. 지나침 때문에 용기는 만용으로, 사랑은 집착으로 가고, 열정은 탐욕으로 변합니다.
고3 학생이 ‘닥터 소의 심심 클리닉’ 문을 두드렸습니다. 10살이나 많은 형이라도 동생에게 상의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겠죠. 그것도 어디까지나 적당한 수준까집니다. 선을 넘어서면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됩니다. 열등감과 피해의식은 편견과 아집, 독선으로 이어지게 마련이죠. 이것만큼 무서운 게 없습니다.
브이아이피(VIP). 무지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이죠. 이것도 흔해졌는지 이미 몇해 전부터 브이브이아이피가 나오더니 이제 브이 개수 3개는 기본, 4~5개까지도 붙는다고 합니다. 대접받는 자가 과하게 요구하는 일이 참 재미있습니다. 돈 장난인지, 그만큼 가치 있는 인물인지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다만 나와 상관없는, 별세계의 일이니 만화 보듯 웃길 수 있습니다.
〈esc〉의 브이브이브이아이피는 독자님들입니다. 올해 최저시급 받아 15시간 일해야 겨우 살 수 있는 생수 대접 못 해드리고, 클럽에 모셔다 부킹 대접도 생각 못 하고, 리무진에 고급 호텔 대접은 꿈도 못 꾸지만…. 〈esc〉기사로 함께 웃고 울겠습니다. 격려하고 위로하겠습니다.
진짜 신묘년이 밝아옵니다. 집토끼 말고 산토끼나 들토끼처럼 활기차게 신나게 즐기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부디 올해는 귀 쫑긋한 토끼처럼 놀라는 일 없길 빕니다. 다음주 목요일이 설날인 탓에 는 한 주 쉽니다. 올해 유일한 〈esc〉휴간이니 혜량 바라옵니다.
이번 호를 끝으로 김혜경 82쿡 대표가 써주신 ‘부엌살림’이 막을 내립니다. 김 대표께 감사드립니다.
김진철 〈esc〉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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