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esc] esc를 누르며
봄 도다리 손맛 보러 진해에 다녀왔습니다. 애초 가려던 목포는 운때가 안 맞았네요. 진해도 물때가 그리 좋진 않았지만 깻잎과 콩잎 도다리로 ‘꽝조사’는 면했습니다. 이병학 기자는 단행본 크기만한 도다리를 낚아 올렸습니다. 시원하게 펼쳐진 남해바다, 잔잔히 흐르는 물결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선장님이 베푼 도다리 성찬은 감격의 수준이었습니다. 세코시 씹는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흔들리는 배 안에서 소주 한잔 곁들인 한량의 시간은 빨리도 지나버리더군요.
사진 찍느라 낚싯대엔 거의 손도 안 댄 박미향 기자가 바다낚시의 매력에 빠져버렸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 따라 낚싯바늘에 지렁이 끼워본, 그리 즐겁지 않은 기억은 진해 앞바다에서 모두 날려버린 듯합니다. 낚시를 화제로 떠들다 보니 복수의 여기자들이 좋든 싫든 아버지와의 낚시 추억이 있더군요.
왕초보 수준이지만 바다낚시에 대한 로망이 있는 저 역시 6살 아들녀석이 빨리 자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침 유치원에 데려다주기 엿새째인데, 아이가 부쩍부쩍 자라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새봄 새순이 맺힌 작은 나무 내음이 아이에게 나는 것만 같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와 말이 더 잘 통하게 되니 아침 유치원 가는 길이 나름 즐겁습니다. 흰머리를 목격하는 횟수가 늘수록 아이는 더욱 커가겠죠.
좋은 사람 뒤엔 좋은 아버지가 있기 마련인가요.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의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나 안영모 범천의원 원장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안철수 박사의 모습을 볼 때마다, 뭔가 뜨거운 게 느껴지곤 합니다. 김조광수 감독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 역시 애달픕니다. 자랑스럽게 스케이트를 아이들에게 안겨주던 아버지 덕분에, 오늘의 김조 감독이 있는 거겠죠. 싹도 틔우지 못한 브라이언 오서의 꿈은 아쉽지만요. 저도 이번 주말에는 벼르고 벼르던 두발자전거를 아이에게 사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바다낚시 즐기는 좋은 아빠’라는 말은 비문인가요?
김진철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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