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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의 후쿠시마

등록 2011-03-17 14:41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2008년 12월 <한겨레> ‘뉴스쏙’ 커버스토리에 ‘종말론자들이 단양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2012년을 지구 최후의 해로 보는 새로운 종말론을 들여다보는 내용이었습니다. 고대 마야력, 노스트라다무스, 파푸아뉴기니의 후리족 전설, 주역, 행성 엑스(X), 초강력 태양폭풍, 슈퍼화산, 지구온난화, 유대계 자본과 외계인의 밀약 등이 멸망을 예견하는 이들이 드는 근거였습니다. 종말과 대재앙을 대비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한반도에서 대재앙을 극복할 거의 유일한 곳이라는 충북 단양에 여전히 그들이 머물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일본 지진이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쓰나미 검은 물살 속에 딸아이의 손을 놓쳐버린 엄마의 절규가 무척 아팠습니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울먹이며 앉아 있는 소녀에게서 형언할 수 없는 절망을 느꼈습니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종말 수준일 겁니다.

2005년 취재 겸 연수차 들렀던 한류의 고장 후쿠시마는 아름다운 설국이었습니다. 하룻밤 묵은 온천호텔은 눈 덮인 아름드리 나무들에 가려 현실감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땅에서 취재진을 반갑게 맞아줬던 한류 팬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하기에도 숨이 막혀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이웃나라 일본을 응원해야 할 때입니다.

딸의 손을 놓친 엄마가 피눈물을 흘릴 때 짐승보다 못한 아빠는 세살배기 아들의 목숨을 짓밟아버렸습니다. 종말은 대지진의 재앙 속에 있는 게 아닙니다. 종말론 취재 때 만났던 이들은 물신숭배와 환경오염 두 열쇳말만 놓고 봐도 자본주의적 탐욕이 파멸과 종말의 근원임을 간파할 수 있다고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스칸디나비아 척박한 땅에서는 ‘복지천국’이 피어났습니다.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살벌한 정글 법칙이 판치는 한반도 시민으로선 부러울 따름입니다. 겉모습만 보고 환호할 일은 아닙니다. 소외된 이웃을 살피는 복지천국의 ‘국격’을 간파해야 합니다.

김진철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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