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금도 외국여행 땐 여행보험에 꼭 가입한다. 한 여행자보험 전문 카페의 대문 사진.
[매거진 esc] 김형렬의 트래블 기어
여행하다 만날 수 있는 재앙(?)도 가지각색이다. 가장 흔한 것이 절도 혹은 소매치기다.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 등에선 일상적으로 쉽게 만나게 된다. 필자 역시 파리의 한 전철역에서 뒤로 메고 있던 배낭의 지퍼를 열고 들어온 손에 보기 좋게 선글라스를 당했다. 바르셀로나의 람블라스 거리에서는 50m를 갈 때마다 배낭의 지퍼가 열려서 앞으로 돌려 메고 다녀야 했다. 특히 여름철 남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야간열차는 히피들의 소굴로 소문이 나 있다. 동남아나 인도에서는 유인작전을 조심해야 한다. 현지인이 길을 가르쳐주거나, 가이드를 자처하며 친구하자고 자연스럽게 접근한다. 현지인들만 아는 훌륭한 식당을 소개하겠다, 혹은 다음날 부모·형제·자매 등을 소개받고 자기 집으로 초대하겠다고 한다. 다음날 극진히 차린 저녁을 먹다가 정신을 잃는다. 깨어보면 골목 한구석에 가진 건 아무것도 없이 버려져 있었다는 ‘온 가족 떼강도’ 얘기들.
안전사고 중 가장 흔한 건 역시 교통사고다. 홍콩의 청킹맨션 트래블러 호스텔에서 처음 만난 한 여대생은 장국영을 너무 좋아해 그의 콘서트를 보러 홍콩엘 들렀다. 다시 방콕의 카오산 거리에서, 싱가포르의 벤쿨렌 거리에서 계속 조우하며 서로 여행의 행운을 빌었지만 나중에 한국에서 그녀 어머니한테 들은 소식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트럭 사고를 당했다는 비보였다. 91년 필자의 여동생은 혼자 대만을 여행하다 화롄(화련)에서 강진을 만났다. 휴대전화 로밍 등이 없던 시절이니 지진 뉴스를 보고도 동생한테 연락이 오기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며칠 동안 노심초사하다 방콕에서 걸려온 전화에 온 가족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당시 지진 규모가 2층 침대에서 자다가 굴러떨어질 정도였다는데,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공포를 절대 알 수 없다”던 동생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3·11 일본 도호쿠 대지진. 여행길에서 만날 수 있는 최악의 재앙이다. 인명은 재천이지만, 필자는 지금도 여행을 떠날 땐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꼭 준비한다. 해외여행자보험(공항에선 비싸니 사전예약 필수), 비상약(진통제·지사제·해열제·감기약·모기약), 여벌 안경, 여권 사본과 사진, 방문국 한국대사관과 항공사 연락처, 그리고 지갑과 따로 챙기는 100달러 지폐 1장. 절대 가져가지 않는 것도 있다. 잃어버리면 골치 아파지는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사용하지 않는 신용카드, 각종 회원카드들이다.
글·사진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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