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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신혼여행지는 푸껫이었습니다. 벌써 8년 전 일이네요. 화가 부부가 만들었다는 리조트는 그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야시장 한편 우리 부부 사이에 끼어든 트랜스젠더가 카메라 앞에서 갑자기 웃통을 벗어젖히고 ‘세미 스트립쇼’를 하는 통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리조트 전용 섬의 존재를 모른 채 가이드 따라 밖으로만 돌다 마지막 날 안타까워하던 일도 있었죠.
따뜻한 봄이어서 결혼이 많습니다. 새신부 김미영 기자는 새신랑과 함께 스페인 이비사섬에서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겁니다. 오가는 비행시간이 긴 탓에 ‘3박7일’이랍니다. 농반진반 신혼여행기를 제안했으나, 결과가 어떨지는 기다려봐야 할 테죠. 신혼여행에 기사를 요구하는 건 가혹하다는 비난이 빗발치는 듯, 귓구멍이 간질거립니다.
이병학 기자는 신혼도 아니면서 꼬사무이에 다녀왔습니다. 그곳 섬들이 이목을 끌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환경을 생각하는 휴양지’를 목표로 삼은 그들이 다행스럽습니다. 지속가능해야 오래 즐길 수 있겠죠.
반짝이던 새신랑도 9년차 결혼생활의 결론은 아저씨인가 봅니다. 아저씨스런 외모와 분위기는 그렇다 쳐도 아저씨적 사고방식은 지양하려 합니다만, 그런다고 원빈이 될 리 있을까요. 다만 불퉁스런 아저씨로 나이들어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저씨의 처지에서, 중년 남성에만 끌린다는 27살 여성의 사연은 반가운 소식일까요? ‘50대 전후의 인자하며 지적이고 품위와 교양 있는 남성’이라는 조건은 숱한 아저씨들에게 좌절로 다가올 테지만요. 어쨌든 27살님, 애송이도 중년이 되기 마련이랍니다.
문화부문 편집장을 지낸 김도형 부장은 다시 필드로 나갔습니다. ‘아저씨의 대중문화분투기’가 아쉽게도 연재를 마칩니다. 김도형 선임기자의 열정 어린 분투는 디지털뉴스부에서 계속됩니다. 이번호부터 월간 <모터 트렌드>의 이경섭 편집장이 재미난 자동차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기대하세요.
김진철 〈esc〉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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