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돈 때문에 이혼했다는 남녀가 10년 새 80% 가까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죽고 사는 문제에 돈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그깟 이혼이 대수랴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돈 없어 죽고, 돈 더 가지려 죽이는 세상이 문득 낯설게 느껴집니다. 생명 따위 업신여기는 돈의 비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돈 없는 세상은 없을까요? 인도 오로빌엔 돈이 없다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화폐를 매개로 한 교환이 없다는 건데요. 일한 만큼 급여가 쌓이고 상품이나 서비스엔 적정가격이 있지만, 능력이 아닌 필요가 소비의 기준이라고 합니다. 필요한 만큼 쓰고 일한 만큼 내는 거죠. 별천지임에 틀림없으나 이 또한 세세한 인간적 조정을 거쳐 가능한 일이겠죠. 김선우 시인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의 줄타기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돈과 공동체, 탐욕과 선의지,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최소화한 결과겠죠.
돈이 주인 노릇 하는 세상에서 사람이 건강할 수 있겠습니까? 조울증에 시달리며 아픔 알아줄 이를 그리는 마음이 애달프게 느껴졌습니다. 불온한 사회에 건강한 사람만 있기는 어렵습니다.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잠재된 질병일 수 있다는 겁니다. 소기윤 박사는 가족과 친구, 이웃 등 주변 지인들과 더욱 부대끼며 살아나가라고 조언합니다. 출구는 멀리 있는 게 아닌가 봅니다.
그렇다면 ‘총무’는 사명감이라도 가져야겠네요. 집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우리나라에서, 삶의 즐거움과 재미를 책임지는 중책 아닌가요. 맛있는 밥과 흥겨운 술에 녹아 있는 그들의 땀방울을 한 번씩 떠올려봅시다.
이번 커버스토리를 책임진 박현정 기자는 팀 총무직을 내던지고 사회부 경찰기자로 자리를 옮깁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호텔처럼 집 꾸미기’ 기사를 삽시간에 써낸 김미영 기자는 에디터부문으로 발령났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고생한 두 기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두 기자의 빈자리를 채울 다른 두 기자는 다음주에 소개합니다.
김진철 〈esc〉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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