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아니, 벌써? 시간은 훅훅 지납니다. ‘잔인한 달’ 4월이 중반을 넘어서려 합니다. 정말 이 땅이 황무지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겨울이 오히려 따뜻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상념마저 듭니다. 화살처럼 흐르는 시간이 얄밉게 위로합니다.
〈esc〉 199호를 찍었습니다. 변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인 물은 썩어 악취를 풍기며 사라질 테죠. 다시 새물을 길어내려 합니다. 200호가 지나면 5월이 옵니다. 조금 따뜻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우리 마음에 5월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5월의 밤하늘을 떠올려봅니다. 별무리 반짝이고 궤도를 벗어난 별똥별이 간간이 줄을 긋고 사라집니다. 유성의 일탈은 비극적이어서 더 아름다운 게 아닐까요. 그 하늘 아래 고깃집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거기 레이디 가가가 갑자기 출현하면서 적막이 깨집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가 커버스토리에서 증언(2면)합니다. 고기를 씹고 김치를 찢으며 애인에게 화끈한 애정 표현을 일삼는 광경이 절로 떠오릅니다. 사탕키스도 하는데 김치키스, 까짓…. 그것도 비키니 차림으로. 레이디 가가가 별똥별 같습니다.
임경선씨는 장녀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장녀에게 따끔한 충고(6면)를 아끼지 않습니다. 모범생이어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살아온 인생이 짧지 않을 터. 그러나 성인은 주체적이어야 한다는 거죠. 멋대로 하고 책임지는 게 어른입니다. 장녀의 모습에 레이디 가가가 다시 겹칩니다. 극과 극은 만나는 법이라죠. 장녀님, 과감해지시길….
김성환·이정연 두 기자가 나란히 팀에 합류했습니다. 온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하겠다는 서약을 받았습니다. 팔딱팔딱 싱싱한, 과감한 아이디어가 벌써부터 흘러넘칩니다. 저는 범람한 아이디어 주워 담고 정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미리부터 행복해집니다. 5월이 옵니다.
김진철 〈esc〉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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