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국수 쿠폰이라도 만들어 붙이려 했습니다. 한겨레신문사 옥상 공원에 좌판 깔아 육수 내고 국수 삶아 독자님들 초대라도 해볼까 했습니다. 거기에 전이라도 지글지글 부치고 막걸리 한 사발씩 부딪혀 볼까 생각했습니다. 잔치는 음식을 나누는 일인데, 국수라도 한 젓가락 함께해야 잔치맛 나지 않을까요. 꿈만 꿨습니다. 사실 군자금도 충분하다 할 순 없습니다. 그리하여 면발 주무르는 대신 팀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국수 한 그릇으로 독자님들 꾀는 얕은 수작 말자, 기자는 기사로 말해야 한다고 되뇌었습니다.
국수 대접 대신 먹음직스런 국수 사진으로 갈음했습니다. 국수도 보통 국수가 아닙니다. 중요무형문화재의 손맛이 가득한 환상의 국숩니다. 알록달록한 고명은 또 어찌나 먹음직스러운지요. 보기만 해도 침이 고입니다. 양식, 중식, 일식을 대표하는 셰프들이 조리한 아리따운 요리들은 젓가락 대기도 안타까울 정돕니다. 200호를 축하해주신 국가대표 요리사님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세계여행 특집도 준비했습니다. 2000쪽은 족히 넘는 지난 들을 3회독은 한 것 같습니다. 지면으로 소개한 외국여행지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다만 아프리카와 중남미, 중동지역을 거의 보여드리지 못한 게 아쉽다면 아쉬운 일입니다. 석달 뒤면 여름휴가가 시작될 겁니다. 이번 세계여행 특집을 보고 100일간 준비하면 산 넘고 물 건너 휴가가기가 누워서 떡 먹기 같은 일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멀리 있는 금강산의 절경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조금씩 물에 잠겨가는 투발루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6개월 남짓 21번 esc를 누르니 200호가 마무리됐습니다. 끝은 없습니다. 팔딱거리는 아이디어로 다시 중무장해야 합니다. 개편을 준비중입니다. 200호, 잔치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김진철 〈esc〉 팀장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