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공항.
[매거진 esc] 김형렬의 트래블 기어
서울에서 제주도를 가려고 비행기를 탄다면 ‘직항’편 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 서울에서 파리를 간다면? 물론 가장 쉬운 방법은 인천~파리 직항편을 타면 된다. 직항편을 타면 출발 및 도착 시각이 정확하다. 이를테면 대한항공 KE901편을 탄다면, 낮 1시40분에 타서 오후 6시20분에 파리에 내릴 수 있다. 직항편은 출발·도착 나라의 국적기들이 운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천~파리 직항편 운항사는 대한항공·아시아나·에어프랑스뿐이다. 두 국가 사이의 항공운항협정 때문으로 제3국 항공사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직항편은 장점이 많지만,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요금이 비싸다는 점이다. 혹자는 최단거리로 가면 기름값 적게 들고 승무원 근무시간도 짧아질 텐데 왜 더 비싸냐고 따질 수도 있겠지만, 비행기삯은 어린이대공원 롤러코스터 타는 것과는 반대다. 비행기는 오래 탈수록 싸다. 직항편이 아니라면, 비행기는 제3의 장소를 거쳐갈 수밖에 없다. 이때 어떻게 거쳐가느냐에 따라 3가지 방법-트랜싯(transit), 트랜스퍼(transfer), 스톱오버(stopover)-이 있다. 트랜싯은 ‘경유’이다.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천~방콕 노선 중 타이항공 TG629편은 홍콩에서 1시간15분을 머물렀다 간다. 이때 홍콩행 손님들은 내리고, 그 자리엔 홍콩에서 방콕까지 가는 손님들을 태운다. 원래 방콕까지 가는 손님들은 홍콩공항에 잠시 내렸다가 다시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된다. 트랜스퍼는 ‘환승’이다. 비행기를 갈아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천~런던 구간을 루프트한자 항공을 이용하면, 인천~프랑크푸르트 구간은 LH713편을 타고,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LH920편으로 갈아타고 런던까지 가는 것이다. 경유지 공항에서 새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선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니 약간의 번거로움이 따른다.
스톱오버는 ‘체류’이다. 트랜싯 또는 트랜스퍼 하는 도시에서 24시간 이상 머물다가 다음 비행기로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앞서 예로 든, 홍콩 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원하는 날짜만큼 체류하다가 방콕 혹은 런던으로 이동하면 되는 것이다. 스톱오버는 경유지에서 체류하는 것이므로, 수화물도 찾고 입국 수속도 해야 한다. 반면 트랜싯과 트랜스퍼는 항공수화물을 최종목적지까지 보내준다.
트랜싯, 트랜스퍼, 스톱오버는 직항편보다 저렴하다. 업무 출장은 직항편을 이용하겠지만, 여행이 목적이라면 꼭 직항편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특히 시간이 넉넉한 여행자라면, 스톱오버를 잘 이용하여, 제3국 여행을 덤으로 할 수 있다. 유럽 갈 때 타이항공을 이용하면 방콕을, 캐세이패시픽을 이용하면 홍콩을,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하면 두바이를 스톱오버할 수 있으니, 마당 쓸고 돈 줍고 ‘일타이피’다!
글·사진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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