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눈물이 났습니다. 어버이날 목숨을 끊은 노부부의 사연이 슬펐고 또한 뭉클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가 절절했고 ‘고맙다’는 유언 한 구절이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가슴 찢어지는 일이건만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슬픔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마음에 와 닿은 듯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무거움입니다.
도시 한구석에서 비극이 빚어질 때, 어느 한쪽에선 봄새싹이 푸릇푸릇 솟아납니다. 앙상하게 겨울을 버텨낸 나무들이 색색의 꽃잎들을 떨어뜨리곤 연초록 잎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습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생명의 힘은 또다른 감동을 선사합니다. 나무 그림자 아래 파릇한 아이들은 땀 흘리며 뛰어놀고 있습니다. 생은 때로 가볍기도 합니다.
고작 두장짜리 지면 만들면서 머리 싸매고 낑낑대는 깜냥이 때로 안타깝습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다고 허풍 떨 일은 아니지만, 일상에 쫓겨 놓치고 버리는 감동이 얼마나 많을까요. 집중하되 과몰입할 일은 아닙니다. 다시금 마음의 여유를 찾아야겠습니다.
오페라를 준비했습니다.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모두 담아내지 못해 답답하지만 엑기스를 짜내느라 분주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오페라가 별거냐,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오페라가 소극장 무대로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이 참 반갑습니다. 솔직히 오페라 한번 제대로 본 적 없는 것 같습니다. 이참에 과감히 시도해볼까 합니다.
오는 15일은 한겨레신문의 23번째 생일입니다. 는 4번째 생일인 셈입니다. 다음주 204호 는 변화를 시도합니다. 거의 4년을 와 함께한 ‘이기적인 상담실’의 임경선 칼럼니스트와 ‘김어준이 만난 여자’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잠시 쉬게 됐습니다. 머지않아 다시 재미있고 알찬 코너로 찾아뵐 예정입니다. 오랜 시간 지면을 빛내주신 강지영 소설가와 김경주 시인, 홍석우 패션칼럼니스트께도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김진철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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