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윤리. 사실 거부감 듭니다. 국민윤리가 떠오르거든요. 말인지 막걸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전에서 윤리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입니다. ‘사람으로서’는 이해되는데, ‘국민으로서’는 모르겠습니다. 국민은 마땅히 권력자에게 반항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고 싶었겠죠.
사람으로서 마땅한 도리, 지킨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불편하고 귀찮고 어려운 일일 겁니다. 사람까진 못 되더라도 짐승은 되지 말아야겠죠. 비웃는 소리 들립니다. 짐승만도 못한 사람, 얼마나 많냐고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것, 이젠 의무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인권이든 환경이든, 이제 사람이 무시했다간 무시무시한 역풍이 다시 사람에게 돌아옵니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거죠. 탐욕에 길든 눈을 씻고 미래를 걱정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패션도 윤리입니다. 멋진 옷 뽐내며 입었는데, 그 옷이 노동자의 인권을 짓밟고 산과 바다와 하늘을 더럽힌다면, 폼이 나겠습니까? 지구를 아끼고 사회정의를 지킨다고 패션으로 말하는 건 또한 얼마나 쿨한 일입니까. 유럽에선 이런 쿨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답이 명확진 않습니다. 목화씨 뿌려 거둬들이고 실 잣고 천 짜서 재단하고 바느질까지 마쳐야 100%의 윤리적 패션이 완성되는 걸 테죠. 이런 근본주의는 도리어 후집니다. 현실이 중요하니까요.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래서 공정무역 커피는 맛과 향이 더 좋아져야 하고 공정여행은 더 신나고 짜릿하고 감동적이어야 하며 사회적 기업은 훨씬 뛰어난 경영솜씨를 보여줘야 하는 겁니다.
이번호 는 놀이면을 새로 선보입니다. 두루두루 즐거운 놀이를 다루려 합니다. ‘3D 입체 마음테라피’에는 세 분의 또다른 상담가들이 나섰습니다. 요리면 이벤트 ‘밥알! 톡톡!’의 첫 당첨 독자님, 축하드립니다. 놀이면과 관계면의 새로운 두 칼럼, 흥미진진합니다. 꼭 찾아 읽어보세요.
김진철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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