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도쿄 아사쿠사 센소사 앞은 한적했습니다. 이국의 한낮, 좁은 뒷골목은 적이 쓸쓸했습니다. 일본 전통 소품을 파는 나카미세 거리의 뒷길이었겠죠. 6년 전쯤의 묘한 상념이, 타이베이 여행기(4면)를 읽으며 다시 떠오릅니다. 출장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길, 잠시 일행과 떨어져 짧은 시간 그 길을 걸었죠. 더듬더듬 헤맬 만큼 좁은 길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고 끝 모를 길에서 옛 추억을 더듬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습니다. 낯선 거리에서 만나는 옅은 우울과 가벼운 설렘이 여행길을 재촉하는지도 모릅니다.
홀로 걷는 대신 함께해줄 사람이 있어도 좋을 겁니다. 조용히 곁을 지키며 낮은 목소리로 안내해주는 해설사(커버스토리) 같은 이 말입니다. 오랜 세월 풍상을 견뎌 짙은 연륜을 고요히 간직한 해설사라면 더할 나위 없을 테죠. 그렇다면 인생이 ‘퀴진’적이든 ‘파티스리’적이든(5면) 크게 흔들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자유로이 살다 만나게 될 숱한 좌절과 이를 넘어설 가능성에 놀라지 않고,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경구를 마음 깊이 새길 기회도 주어지겠죠.
잘못 만난 해설사는 평생의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알코올중독 아버지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40대 여성(7면)처럼 말이죠. 남 얘기가 아닙니다. 최고의 해설사가 되어야 할 부모가 자식들의 덫이 되는 일은 얼마나 많은가요. 조언은 일치합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스스로를 추스르는 일이라는 것. 홀로 떠안으려는 무모한 책임감을 과감히 벗어던지라는 것.
왜 술 대신 춤이면 안 됐을까요. ‘눈뜨고 코베인’의 보컬 ‘깜악귀’의 첫 성인놀이문화 이야기(6면)처럼 말입니다. 폭음 말고 가볍고 자유롭게 손잡고 몸 흔들어 삶을 즐겼더라면 어땠을까요. 춤 못 추는 몸치는 어쩌냐고요? 뮤지컬 배우 송용진이 오디션장에서 다른 응시자들 춤출 때 뭘 했는지 찾아보시죠.(6면) 춤추고 노래하는 뮤지컬 배우도 초보시절은 이랬답니다.
김진철 〈esc〉 팀장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