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소폭(소주+맥주)을 마시니 박수가 돌아왔습니다. 신문사 입사 뒤 이런 경험은 무척 신기했죠. “어디 가서 기자가 박수받을 일 있겠냐? 그래서 우리끼리라도 박수 쳐주는 거야.” 어깨에 힘 들어간 선배 기자는 박수의 뜻을 다정하고도 꼼꼼하게 설명했습니다. 업계 용어로 ‘각 잡고 조지는’ 게 기자질이다 보니 어디 가도 진심으로 환영해주는 사람 흔치 않다는 뜻이었겠죠.
신문사 문화부는 다른 부서에 견줘 ‘조질’ 일이 적은 곳입니다. 그렇다고 여기저기서 박수받을 일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신문을 무슨 사보 내지는 홍보물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니까요. 웬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분들도 그리 많은지요. 더구나 요 몇년 새 문화부 기자도 여유있고 폼나게(!) 기사 쓰게 놔두질 않는 일들이 여기저기 벌어지기도 했답니다.
자, 그렇다면, 〈esc〉는? 그런 일 드물죠. 즐겁고 재미난 것 쓰기도 이것저것 부족한데요. 그런데도 간혹 시비를 걸어오는 고마운 분들, 물론 있습니다. 정말 감사드릴 분들인 까닭은, 그렇게라도 스스로를 냉정하게 객관화해 돌아볼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겠죠(라고 쓰고 때때로 분통 터진다고 읽습니다).
‘각 잡고 조지고 욕먹는’ 일 없어도 소폭은 마십니다. 즐겁지만(?) 고된 마감 마치고 꿀꺽꿀꺽 비우는 소폭 맛이 얼마나 끝내주는지는, 참 좋은데 뭐라 말로 설명할 수가 없네요.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다 보니 몸이 말이 아닙니다. 아프다는 게 아니고,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 배가! 날씬한 수준을 넘어 말라비틀어졌다는 직설을 온몸으로 버티며 살아온 40년에 육박하는 인생, 이제 드디어 배가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나잇살인 걸까요? W라인이 뜬다는데 U라인이 웬말입니까.
멋쟁이들 참 많습니다. 남자의 스모키화장과 성형수술은 아직 거북하지만, 탄탄하게 올라붙은 엉덩이라인 볼 때면 이제 그들의 건강한 노력을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감 뒤 시원한 소폭 한잔 마다하기 어려우니 이를 어쩌죠?
김진철 〈esc〉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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