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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태양 저편에서 들려오는 멜로디 내게 속삭이지. 이제 그만 일어나, 어른이 될 시간이야. 니가 흘린 눈물이 마법의 주문이 되어, 너의 여린 마음을 자라나게 할 거야. 남들이 뭐래도 니가 믿는 것들을 포기하려 하거나 움츠러들지 마. 힘이 들 땐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 앞만 보며 날아가야 해.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 마. 변명하려 입을 열지 마. 그저 웃어버리는 거야.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너의 날개는 펴질 거야… 소년아, 저 모든 별들은 너보다 먼저 떠난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란다. 세상을 알게 된 두려움에 흘린 저 눈물이 이다음에 올 사람들을 인도하고 있는 것이지.
변신로봇을 다룬 커버스토리를 읽으니 그룹 넥스트가 부른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흥얼거려집니다. <영혼기병 라젠카>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수록곡입니다. 스무살 훌쩍 지나 나온 노래인데도, 어쩐지 그때 소년이었던 것만 같으니 알쏭달쏭합니다. 눈물이 여린 마음을 자라나게 할 거라는 위로와 그저 웃어버리라는 조언에 마음이 갔던 걸까요.
내일모레 마흔 앞둔 아저씨에게도 소년의 감수성은 과연 살아있는 걸까요?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고 눈물도 더는 흘리지 않을뿐더러 변명은 입에 달고 살고 세상을 이미 알아버린 아저씨에게 말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멋진 변신로봇 프라모델을 보면 눈을 번뜩이며 손대고 싶어지니, 이건 과연 ‘다 큰 소년의 꿈’이란 말입니까.
멍하니 길을 걷다가도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앞만 보며 날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머뭇거리곤 합니다. 변명하려 입을 열지 말고, 그저 웃어버리라고 하지만, 왜 분노는 씹어삼킬 수 없는 걸까요. 아직 시간이 남아 있고 날개도 펴질 거라고 하지만, 마음은 조급해지고 탐욕만 커져가는 건 아닌지요.
치기 어린 노랫말을 음미하노라니 불끈 소년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래저래 마음은 안타까워지지만, 그래도 다음에 올 사람들을 인도할 별들은 오늘 밤에도 반짝이겠죠. 먼저 떠난 사람들이 세상을 알게 된 두려움에 흘린 저 눈물들을, 오늘 밤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김진철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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