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남는 자리 있으면 하나만….” 크루즈 요트를 타고 쓰시마섬을 향해 떠나는 사람들에게 장화 신은 고양이 눈(꼭 같다는 것은 아니다)을 하고 애처롭게 물었다. “자리가 없어요.” 애초에 안 될 일이었다. 요트의 ‘Y’도 모르는 사람이 다짜고짜 바다 항해라니! 안 될 줄 알고 물었지만, 요트 승선 첫 경험의 꿈은 이렇게 날아가버렸다. 요트는 그 자체로 꿈이다. 요트로 세계일주를 하는 꿈, 요트 위에서 연인과 함께 와인을 마시는 꿈, 요트 조종대를 한가롭게 움직이며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는 꿈. 요트와 바람이 만나 사람들의 꿈을 끝없이 밀어내고, 충동질한다. 달궈진 꿈을 끝내 실현하는 힘은 누구나 갖고 있다고 요트에 오른 사람들은 말한다. 다만, 꿈꾸던 것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지지 않는다는 사실. 여유로운 요트 항해의 꿈은 ‘우당탕탕’ 선체 위에서 구르기 한판으로 다가온다. ‘크루즈 요트를 타면 하얀색 바탕에 남색 줄무늬가 새겨진 크루즈룩 원피스를 입으면 어떨까?’ 했던 상상의 나래를 곧장 꾹 눌러 접어버렸다. 바다 항해에서 돛에 실리는 바람의 강도가 감당할 수 없는 정도가 되면 사고의 위험이 있다. 하지만 더 두려운 것은? 무풍, 바람이 불지 않을 때다. ‘바다는 대리석처럼 고요히 굳어 있고 공기는 전혀 움직임이 없어요. 숨을 쉬는가, 내가 살아 있는가 싶어질 만큼 사방이 적막하고….’ (서하진의 소설 <요트> 중) 사람의 마음도 같다. 마음속 꿈을 밀어낼 바람이 불지 않으면 그대로 서 있을 뿐이다. 무풍지대를 벗어나고픈 당신에게 강과 바다의 바람을 권해본다. ‘고급’이란 말에 지레 겁먹지 말고 요트에 적막한 마음을 실어보자. 가을, 바람이 분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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