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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돔, 누가 얹어놓은 거니

등록 2011-09-01 11:48

1975년 공보처(현 문화체육관광부)가 항공 촬영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신축 공사 현장.
1975년 공보처(현 문화체육관광부)가 항공 촬영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신축 공사 현장.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격동의 정치사에 치여 말 많고 탈 많았던 의사당 건축사
‘여의도 전체 면적(835만㎡)의 약 4%. 동양 최대 의사당 건물.’

의원회관·국회도서관 등 6개의 다양한 건물이 자리잡고 있는 국회 안에서 가장 ‘선배’ 격인 건물은 국회의사당이다. 6년 동안의 공사 기간을 거쳐 1975년 8월 준공한 지하 1층, 지상 7층의 석조 건물인 국회의사당은 동양 의사당 중 최대 규모다. 팔각기둥에는 24절기를 상징하는 각주가 있고, 국회 전면의 기둥 8개는 전국 8도를 상징한다. 국회 안 회의장 2곳은 양원제 국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계획됐다.

남산 국회의사당을 아시나요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들어서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애초에 국회가 들어설 곳은 여의도가 아닌 남산이었다. 6·25 전쟁 뒤인 1958년, 서울 태평로의 현 서울시의회 건물을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하던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 정부는 당시 일본 강점기 조선신궁이 있던 터(현 남산식물원 자리)에 새 국회 청사를 짓기로 했다. 공모를 통해 당선된 설계안은 24층, 130m 높이의 의원회관과 넓은 의사당을 그려 넣은 29살 일본 유학생 김수근의 작품. 당시 국내에서 가장 높은 규모였던 의원회관이 포함된 이 설계안은 국내 건축계의 한 획을 그은 건축가 김수근의 국내 데뷔작이기도 했다.

남산 국회의사당의 기공식도 이뤄졌지만, 4·19 혁명과 5·16 군사 쿠데타가 이어지면서 이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공사 주체였던 국회가 해산됐기 때문이다. 그 뒤, 정권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이 1968년 여의도 개발을 진행하면서 국회의사당 건설 계획을 다시 세우게 됐다. 기존의 설계안은 폐기한 채 김정수·김중업·안영배·이승우 등 4명의 건축·설계사가 참여해 진행했다. 당시 건축계에서는 정부가 짧은 설계 기간을 주고 건축가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점 등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박통이 의사당 설계했네

1969년 시작한 국회의사당 공사는 그 뒤에도 정치권의 입김 탓에 누더기 설계도가 됐다. 애초 5층 석조 건물로 설계됐지만 박 대통령이 광화문 뒤를 가로막고 있던 중앙청(1994년 철거)을 지적하며 “중앙청 건물(6층)보다 높게 지으라”고 지시를 내리면서, 설계를 바꿔 지금의 7층으로 완공됐다.

이제는 국회의사당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회녹색 돔도 공사가 진행되던 중 미국의 국회의사당을 보고 온 박 대통령의 지시로 얹게 됐다. 밑 지름이 64m이고 무게가 1000t이나 나가는 돔은 처음에는 붉은색을 띠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녹슬어 지금과 같은 회녹색이 됐다. 이 때문에 지난 2000년 국회에서는 돔에 황금을 입히자는 논의가 나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글 김성환 기자·참고서적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2>(손정목, 2009), <당신이 유명한 건축가 김수근입니까>(김수근 문화재단,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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